K-정유 4사, 2분기에만 8.8조 벌었다…“중동·담합수사·손실보전 ‘3중고’ 닥친다”

시간 입력 2026-08-12 07:00:00 시간 수정 2026-08-11 17: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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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조 적자서 올해 8.8조 흑자 전환…4사 모두 실적 반등
중동발 공급 차질에 정제마진 24.7달러…윤활기유 스프레드도 급등
유가 담합 논란·정부 손실보전 논의에 표정관리…하반기 중동 변수 지속

국내 정유 4사가 올 2분기 9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챙기며 지난해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동발 공급 차질로 정제마진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데다, 고급 윤활기유 가격이 급등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컸다. 다만, 하반기에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담합 논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논의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총 8조8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444억원의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10조715억원 개선된 수준이다.

기업별로는 SK이노베이션이 3조4873억원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챙겼고, GS칼텍스 2조5507억원, HD현대오일뱅크 1조8241억원, 에쓰오일 96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4개사 모두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일제히 흑자 전환했다.

2분기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정유와 윤활기유 사업이다. 

1분기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재고 관련 일회성 이익은 다소 감소했지만, 중동 전쟁으로 석유제품 수급이 제한되면서 정제마진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2분기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4.7달러로 손익분기점(4~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윤활기유 시장 역시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펄 GTL’ 설비 가동 차질로 프리미엄 그룹Ⅲ 제품 공급이 줄어들면서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됐다. 1년 전 배럴당 70달러 초반 수준이었던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올해 2분기 160달러대로 급등했다. 에쓰오일의 윤활기유 복합 스프레드도 배럴당 139.7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품 스프레드 상승에 따라 정유 4사의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2분기 영업이익 691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14.4% 증가했다. GS칼텍스의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13% 급증한 3577억원으로 집계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윤활유 부문에서 18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에쓰오일은 전체 영업이익 9650억원 가운데 4770억원을 윤활유 사업에서 올렸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정유업계의 공급 비중이 커지면서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Ⅲ 윤활기유는 중동 핵심 생산업체 차질과 대체재 부족으로 2027년까지 구조적 공급 부족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고객사의 핵심 장기 조달처로 재평가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다만, 업계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정유 업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중동 정세가 안정되고, 석유수출국협의체(OPEC+) 증산 등이 맞물릴 경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해 재고 관련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도입과 물류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유가와 정제마진은 중동 지역, 호르무즈·홍해 통행량 변화, 러시아 정유 시설 피해 정도, 원유·석유 제품 흐름 변화 등에 따라 큰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불확실한 시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예측보다는 시황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변화에 맞춰 탄력적이면서 민첩한 운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대급의 호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유가 담합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정유 4사와 관련 임직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했다고 보고 , 직접 담합 규모를 14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논의와 관련해서도 실적 개선세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최고액 정산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보상 절차를 개시했다. 업계와 정부가 손실 보전 기준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실제 손실 규모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최근 실적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만큼 향후 실적 흐름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진행 중인 여러 현안 역시 실적과는 별개로 각각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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