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연금저축 적립금 4129억 증가 ‘1위’…KB라이프는 최대 감소율

시간 입력 2026-08-07 17:49:57 시간 수정 2026-08-07 20: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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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적립금, 올해 상반기 111.9조…지난해말보다 2조 가까이 감소

주요 보험사 연금저축 적립금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주요 보험사 연금저축 적립금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보험사의 연금저축 적립금이 올해 상반기에만 2조원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교보생명만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저축보험에서 ETF·펀드 중심의 연금저축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금저축은 일정 기간 납입한 뒤 연금 형태로 인출하면 연금소득으로 과세되는 세제혜택 금융상품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과 함께 3층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연간 최대 600만원 납입액에 대해 소득 수준에 따라 13.2~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 적립금은 총 111조8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13조8602억원)보다 1조9815억원 감소한 규모다. 생보사 적립금은 74조5575억원으로 6736억원 줄었고, 손보사 적립금은 37조3212억원으로 1조3079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의 연금저축 적립금은 지난해 말 11조336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조7489억원으로 4129억원(3.6%) 증가했다. 반기 기준 국내 생보사 가운데 적립금이 늘어난 곳은 교보생명이 유일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AAA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경영과 자산운용 역량이 고객 신뢰로 이어졌다”며 “고령화와 세제혜택을 고려한 노후자산 관리 수요가 늘면서 연금저축 판매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생보사의 연금저축 적립금은 모두 감소했다. 감소액은 삼성생명이 3310억원(27조2843억원→26조9533억원)으로 가장 컸고, NH농협생명(3157억원), 한화생명(1047억원), KDB생명(670억원), 미래에셋생명(661억원), 흥국생명(55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감소율 기준으로는 KB라이프가 6.6%(7448억원→6956억원)로 가장 높았다. 이어 iM라이프(-4.0%), KDB생명(-3.8%), 흥국생명(-3.4%), NH농협생명(-3.3%), 신한라이프(-3.0%) 순으로 감소율이 컸다.

손보사의 연금저축 적립금도 일제히 감소했다. 삼성화재가 8110억원(21조5122억원→20조7012억원)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현대해상(1600억원), KB손해보험(1337억원), DB손해보험(1104억원), 한화손해보험(34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감소율은 예별손해보험(-6.6%)과 롯데손해보험(-6.3%)이 가장 높았다. 손보사의 적립금 감소액은 1조3079억원으로 생보사(6736억원)의 약 두 배에 달해 감소세가 더욱 가팔랐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적립금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연금저축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보험서 펀드로…연금저축 머니무브 가속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는 연금저축 시장에서 보험에서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전체 연금저축 적립금(198조원) 가운데 연금저축펀드 비중은 30.9%(61조3000억원)로 전년(22.7%)보다 8.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연금저축보험 비중은 57.6%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차감한 뒤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구조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가입자가 ETF와 펀드 등을 직접 선택해 운용할 수 있어 수익률 차이가 뚜렷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연금저축펀드(ETF 포함)의 연간 수익률은 29.3%를 기록한 반면 연금저축보험의 누적 수익률은 0.8%에 그쳤다. 이처럼 수익률 격차가 확대되면서 보험에서 펀드로 계좌를 이전하는 가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세제 지원 확대에도 연금저축보험 가입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세액공제 확대에도 불구하고 연금저축보험 가입률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매칭 보조금 도입 등 차등적인 세제 지원을 강화해 연금저축 활성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연금저축 가입률(수입보험료 기준)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 2013년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3년 14.8%(8조9000억원)에서 2022년 9.9%(5조4000억원)로 약 5%포인트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세제 지원 효과가 계층별로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정세액이 없는 근로소득자(면세자)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약 34%(약 700만명)에 달해 세액공제 혜택을 사실상 받기 어렵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저소득층도 세액공제 한도가 확대된 이후 가입률과 납입액이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층은 세제혜택 한도 확대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납입액을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현행 세제 지원 구조가 노후 대비가 시급한 중·저소득층보다 자산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연금저축보험 시장의 위축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 호황을 타고 연금저축펀드로의 자금 이동이 빠르게 진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연금저축보험은 원금 보장이나 종신연금처럼 펀드가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의 기능이 있다”면서도 “수익률 격차가 이미 가시화된 상황에서 가입자를 지켜내려면 상품 구조 개선과 함께, 저소득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닿을 수 있는 세제 지원 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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