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D-1 극적 타결 이루나…성과급 배분 비율 놓고 막판 ‘진통’

시간 입력 2026-05-20 01:30:35 시간 수정 2026-05-20 0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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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사, 20일 새벽까지 추가 사후 조정 불구 합의 실패
성과급 제도 개편 놓고 대치…특히 성과급 배분 비율 진통
노조 ‘부문 70:사업부 30’ vs 사측 ‘부문 60:사업부 40’
노조 요구안 수용 시, 적자 사업부에 억대 보상 가능성 커
DX 부문 불만도 폭발…“노조, DS 보상 실리 챙기기 급급”
DX 부문, DS 부문 못지않게 삼성 초일류기업 도약 ‘기여’
최근 3년 간 반도체 부진 때, DX 부문 삼성전자 성장 견인

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21일 예고된 대규모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 양측은 18일부터 20일 새벽까지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벌였으나, 반도체 사업을 영위 중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및 사업부별로 어느 정도의 성과급을 책정할지에 대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를 대표해 협상 중인 초기업노조의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최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낸 DS 부문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흑자 사업부 몫의 성과를 적자 사업부에도 나눠주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합원들의 지지력이 약화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 DS 부문에 비해 수익에 큰 차이가 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면서, 노노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DX 부문 소속 조합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강력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의 두 번째 회의에 돌입했다. 

19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당초 종료 시한을 넘겨 20일 오전 0시 30분까지 이어졌다. 노사는 14시간 30분가량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하고, 20일 오전 10시부터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19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추가 사후 조정 협상. <사진=연합뉴스>
19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추가 사후 조정 협상. <사진=연합뉴스>

이날 노사 양측은 성과급 재원, 성과급 상한 폐지 등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았으나,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을 두고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과 관련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중 70%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 전체가 나눠 갖고, 30%는 사업부별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해 달라고 했다.

업계는 DS 부문 공통 재원으로 70%를 설정함으로써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LSI시스템 등에도 적지 않은 성과급을 지급해 메모리 못지않은 성과를 보상하겠다는 노조의 판단이 깔려 있다고 봤다.

그러나 사측은 부문 공통 재원 비율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적자 사업부가 흑자 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의 요구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앞서 지난 16~1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노조 사무실에서 추가 사후 조정 협상 전 사전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DS 부문이 영업익 200조원을 넘길 경우,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 OPI(초과이익성과급) 외에 영업익의 9~10%를 추가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해당 재원을 DS 부문에 60%를 책정하고, 나머지 40%는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렇듯 서로 주장하는 바가 워낙 달라, 노사는 타협점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9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추가 사후 조정 협상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9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추가 사후 조정 협상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노조가 요구한대로 성과급 재원을 ‘부문 70:사업부 30’의 비중으로 나눈다면, 오랜 기간 적자 기조를 이어 온 파운드리·LSI시스템사업부는 성과급 제도 개편의 최대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올해 1분기 DS 부문 영업익은 53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같은 호실적을 사실상 메모리사업부가 모두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선 최소 올 하반기까지 메모리사업부의 독보적인 흑자 기조 아래,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등의 적자가 장기화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DS 부문 연간 영업익 전망치는 346조710억원로 추정된다.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한다면 무려 51조9107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부문 공통 재원 비율인 70%에 해당하는 36조3375억원을 DS 부문 직원 수인 7만8064명으로 나눌 경우, 메모리사업부는 물론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약 4억6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 받게 된다.

초기업노조의 요구대로라면, 흑자든 적자든 기여도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1인당 수억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노조 내부에서 메모리사업부가 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 커뮤니티에는 “노조가 전체 이익을 대변 한다면 흑자를 낸 메모리사업부부터 챙겨야 한다”, “만성 적자인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가 메모리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 등 비난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차라리 성과급 재원을 ‘부문 60:사업부 40’의 비중으로 나누자는 사측의 안건이 더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DS 부문만 우선시하는 초기업노조를 향한 DX 부문 조합원들의 불만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삼전 파업이 X같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DX 부문 내 MX(모바일경험)사업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게시자는 “핸드폰 팔아 10년 넘게 번 돈으로 (우리는) 특별 보너스 몇백만원만 받고, 나머지는 메모리에 퍼줘서 연구 투자하고 생산라인 지어주고 (타 경쟁사와의) 치킨 게임에서 이기게 해 놨더니”라며 “이제 잘 나가게 되니까 모바일은 배제하고 자기들만 돈 잔치 하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기업노조를 향해 “삼성전자 전체의 노조인데 철저하게 반도체만 대변하는 반쪽짜리 노조다”며 “회사도 지금까지 직원들을 부품 취급하며 대우를 못 한 건 맞지만, (초기업노조의) 이번 파업은 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초기업노조는 사측에 DS 부문 중심의 성과급만을 요구할 뿐, DX 부문의 입장은 잘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11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사후 조정 협상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협상에서는 DS 부문 뿐만 아니라 DX 부문에도 성과급을 나눠주기 위한 전사 공통 재원 설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실적이 전체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일부 반도체 직원들만 성과를 독식하는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와 기업데이터연구소인 CEO스코어가 공동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0년 간 삼성전자 DX 부문과 DS 부문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 DX 부문의 영업익 합산은 총 242조5000억원, DS 부문은 총 26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양대 사업 축인 DX 부문과 DX 부문 간 격차가 크지 않았다. 

눈여겨볼 점은 반도체 산업 특성 상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는 DS 부문의 실적이 부진할 때, DX 부문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반도체 사이클이 다운턴(하강 국면)이던 2012년 전후, DS 부문의 영업익은 4조20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해 DX 부문은 모바일 사업이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21조7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익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도 DS 부문 영업익이 6조9000억원을 기록할 때, DX 부문은 무려 26조6000억원을 거두며, 반도체 부진을 상쇄했다.

초기업노조가 DS 부문의 압도적인 성과급 보상 근거로 삼는 최근 실적을 비교해 보면, DX 부문의 기여도가 더 두드러진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DX 부문의 영업익 합산은 총 39조7000억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DS 부문은 총 25조1000억원에 그쳤다. 3년 간 DX 부문이 DS 부문보다 14조6000억원 더 많은 수익을 거둔 것이다. 특히 DS 부문은 2022년부터 불어 닥친 반도체 한파로 2023년 14조9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큰 위기를 맞았지만, DX 부문은 14조400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큰 대조를 보였다.

이를 볼 때 삼성전자의 천문학적인 성과가 단순히 DS 부문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DX 부문 직원들의 성과를 외면한 채 DS 부문 직원들만을 고려하는 초기업노조의 일방적인 성과급 요구는 명분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다.

급기야 DX 부문 직원들은 초기업노조 상대로 협상 중단을 골자로 한 가처분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DX 부문 직원들은 “더 이상 DX 부문을 소외시키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의 세 번째 회의를 재개한다. 이는 노조가 예고한 대규모 총파업 하루 전날,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다.

이번 세 번째 회의에서는 협상 타결이든 결렬이든, 결판이 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날 새벽 중노위는 두 번째 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조정안을 제시했다고 확인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합의가 되거나 조정이 되거나 같은 것이니, 합의안으로 할지 조정안으로 할지 (세 번째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다”며 “합의를 못하니 조정안을 내려는 것이고, 현재는 잠시 (논의가) 멈춘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세 번째 회의에서 사측은 조정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사측이 조정안을) 수용 시에는 노조 조합원 투표 절차를 위해, 결렬 시에는 총파업 준비를 위해 이날 오전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날 마지막 회의에서 노사가 대타협에 실패할 경우,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장장 18일 간 총파업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른 피해는 실로 엄청날 전망이다.

노조는 현재까지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70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 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총파업에는) 5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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