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사후 조정’ 끝내 결렬…반도체 생산 차질 ‘위기’, 긴급명령권 발동되나

시간 입력 2026-05-13 05:54:15 시간 수정 2026-05-13 05: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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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밤샘 마라톤 협상 불구 끝내 사후 조정 결렬
노조 “영업익 15% 재원 활용·상한 폐지…투명화·제도화 필수”
사측 “특별 포상 통해 최고 수준 보상…제도화하는 건 무리”
조정안에 현행 OPI 제도·상한 유지 및 DS 특별 성과급 담겨
노조 “퇴보한 안건” vs 중노위·사측 “공식 조정안 없어” 상반
합의 실패로 21일부터 18일 간 대규모 총파업 위기
“노조 파업 땐 삼성 영업익 40조원가량 손실 우려”
정부, 긴급명령권 발동 촉각…국가 경제 영향 클 때 시행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두 차례에 걸쳐 사후 조정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정부의 중재로 어렵사리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삼성전자 노사는 기나긴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당장 삼성전자는 노조가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부터 대규모 총파업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로 인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삼성이 파업 리스크로 인해 경쟁사에 다시 반도체 패권을 내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파업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수십조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13일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사후 조정 절차를 통한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적으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날 협상은 지난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첫 번째 회의보다 더 길게 진행됐다. 12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두 번째 회의는 같은날 자정을 넘겨 13일 새벽 3시께까지 무려 17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그러나 노사는 밤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두 번째 회의가 끝난 직후 “노사 이견이 좁아지지 않았다”며 “이에 사후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고 말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 조정 협상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후 조정은 조정 절차 종료로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쟁의 행위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 동의 하에 재실시하는 조정으로, 중노위가 중재자로 참여해 교섭을 진행한다. 사후 조정을 통해 조정안이 도출되면 단체 협약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

이번 사후 조정은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성사됐다. 앞서 지난 8일 최 위원장은 김도형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청장과 면담 후, 사측과 함께 노사정 미팅을 가졌다. 고용노동부는 이 자리에서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교섭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후 조정 절차를 강력히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삼성전자 노사는 올 2~3월 두 차례 열린 조정에서 합의 실패로 최종 ‘조정 중지’ 결론이 난 이후, 두달여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하지만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무려 28시간 넘게 사후 조정 협상을 벌인 삼성전자 노사는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노조는 연간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 왔다. 또한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제도화를 고수했다. 이에 맞서,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특별 포상을 통해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사후 조정 협상 당시 노사는 한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조는 연간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울 경우, 1~2%p를 더 낮추더라도 OPI(초과이익성과급) 주식 보상 제도를 확대하고, 이를 제도화해 직원들이 더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사측은 성과급 제도화에 재차 난색을 표했다. 대신 영업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을 것과 유연한 보상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가운데)이 13일 오전 3시께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렸던 사후 조정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측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노조는 중노위에 조정안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한 안건이었다”며 해당 조정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노조는 조정안에 현행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 OPI 제도 유지, 성과급 상한 50% 유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특별 경영 성과급 지급 등이 담겼다고 밝혔다.

특히 DS 부문 특별 경영 성과급은 사업 부문별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영업익의 12%를 재원으로 활용하되, ‘부문 7 대 사업부 3’으로 나눠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마저도 올해 매출과 영업익이 국내 1위일 경우에만 지급하고,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노조가 요구한 OPI 주식 보상 제도 확대 방안은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최 위원장은 “(중노위) 조정안은 투명화되지 않은 안건이다”며 “DX 부문은 상한이 유지되고, DS 부문 특별 경영 성과급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해야만 지급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성과를 외부 요인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회성 안건 또한 받아들일 수 없어 (사후 조정) 결렬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노위와 사측은 “공식적인 조정안은 없었다”며 노조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중노위는 입장문을 통해 “(삼성전자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양측 주장의 간극이 컸다”며 “노조측에서 사후 조정 협상 중단을 요청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이번 사후 조정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 역시 “(중노위) 조정안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지 않은 채 조정 절차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가운데)이 13일 오전 3시께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렸던 사후 조정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후 조정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삼성전자는 노조가 예고한 대규모 총파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장장 18일 간에 걸친 총파업이 본격화하면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의 교섭력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7만2750명에 달한다. 또한 11일 오전 9시 기준 전삼노 조합원 수는 1만5462명이다. 이에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수는 무려 9만여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이를 고려할 때, 약 69%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공동투쟁본부에 몸담고 있는 셈이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특히 파업으로 인해 공장을 가동할 인력 부족이 심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 사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조는 총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고 회사를 겁박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 간에 걸친 대규모 총파업 기간 동안 야기될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떠안게 될 피해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총파업이 임박했지만, 앞으로 8일이라는 시간이 남은 만큼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막판 물밑 협상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은 사측과 자율 협상 계획에 대해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사측이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협상 재개 여지를 남겼다.

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가 원한다면 사후 조정을 추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노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합의해 추가 사후 조정 협상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지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업으로 인한 국가경제적 손실이 큰 만큼, 정부 차원에서 긴급조정권 카드 사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법에 따르면,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노조는 즉시 파업 등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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