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 32억7500만제곱인치…전년比 13.1%↑
AI 열풍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 여파…특히 AI 메모리 ‘HBM’ 주도
웨이퍼 수급난 우려 커져…삼성·SK, 안정적 공급망 확보 박차

류했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한 가운데, 최근 ‘반도체의 쌀’로 일컬어지는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크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핵심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웨이퍼 재고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이에 향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AI 메모리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웨이퍼 수급에 만전을 기해 실적 흥행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7일 SEMI(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32억7500만제곱인치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억9600만제곱인치 대비 13.1% 증가한 수치다.
야다 긴지 SEMI SMG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관련 실리콘 웨이퍼 수요는 첨단 로직 칩, 메모리 등을 비롯해 전력 관리 장치까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산업용 반도체 부문에서 수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웨이퍼 재고 소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리콘 웨이퍼는 대부분의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필수 기초 소재로, 얇고 평평한 원반형으로 가공된다. 웨이퍼는 반도체 공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판 역할을 맡는다. 사실상 웨이퍼 없이는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을 반도체 업황을 진단하는 ‘바로미터’로 여긴다. 시장에 공급되는 웨이퍼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긴지 회장의 언급대로, 올 1분기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전 세계를 휩쓴 AI 열풍으로 반도체 수요는 연일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특히 AI 메모리인 HBM의 성장세가 매섭다.
미국 대형 금융사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546억달러(약 79조37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346억달러 대비 무려 58%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시장의 흐름을 읽은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HBM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를 수급하는 데 전력을 다하면서,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크게 늘고 있다.
비단 이뿐만 아니다. HBM의 성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제기됐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는 지난해 12월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실적 발표 당시, 전 세계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350억달러에서 2028년 1000억달러(약 145조4400억원)로 고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약 40%에 달한다.
HBM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관측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주요 빅테크가 앞다퉈 첨단 AI 반도체를 선보이며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는 올 하반기 차세대 슈퍼 칩 ‘베라 루빈(VR)’을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경쟁사인 AMD도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랙 ‘헬리오스’를 연내 내놓겠다고 맞불을 놨다. 여기에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판한 구글이 TPU(텐서처리장치)를 앞세워 시장에 합류했다.
올해부터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AMD의 헬리오스, 구글의 TPU 등 첨단 AI 반도체 각축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HBM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도의 작업을 빠르게 해내는 고성능 AI 칩을 구동하기 위해선 HBM과 같은 AI 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수록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SK하이닉스 HBM4 16단 48GB. <사진=SK하이닉스>
HBM을 필두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의 쌀인 실리콘 웨이퍼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시장에선 주요 반도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웨이퍼 출하량이 더 늘어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SEMI는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 오는 2028년께 154억8500만제곱인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SEMI는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의 전반적인 성장세는 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와 엣지 컴퓨팅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웨이퍼 수급난에 대해 우려하는 실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HBM 공급 부족 문제는 웨이퍼 부족에서 비롯된다”며 “더 많은 웨이퍼를 확보하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웨이퍼 수급난으로 2030년까지 업계 전반의 HBM 공급 부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선 실리콘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중국은 올해 안에 자국 반도체 업체들이 사용하는 실리콘 웨이퍼의 70% 이상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 닛케이아시아는 현지시간으로 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 현지화를 위해 자국산 12인치(300mm) 웨이퍼를 쓰라는 ‘무언의 명령’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치는 중국 반도체 자립에 분기점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잔=SK하이닉스>
다만 삼성·SK는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구축해 온 공급망을 앞세워 웨이퍼 수급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독일 실트로닉, SK실트론 등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공급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한국, 일본, 독일, 미국 등에 생산 시설을 보유한 웨이퍼 업체로부터 수급 중이다.
실리콘 웨이퍼 공급망 안정화는 삼성·SK의 실적 흥행을 견인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57조2328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며, 한국 기업 역사상 유례 없는 대기록을 썼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첨단 AI 칩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 역시 37조6103억원의 사상 최고 분기 영업익을 기록했다. SK는 AI 칩 수요에 공격적으로 대응, 고부가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SK는 차세대 HBM 역량 제고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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