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업노조, 삼성전자 내 단일 과반 노조 등극
권한 강해진 노조, 성과급 제도 개선 본격 추진
“연간 영업익 15%, 성과급 재원 삼을 것” 요구
노조, 다음달 총파업 때 평택 사무실 등 점거
삼성,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맞불’

삼성전자 내 사상 첫 단일 과반 노조가 탄생했다. 7만5000여 명의 조합원을 확보한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사측과 단체 교섭을 할 수 있는 교섭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 지위도 얻게 됐다.
초기업노조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성과급 제도 개선을 두고 큰 갈등을 빚어 온 삼성전자 노사 간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자리매김하며 실적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노조의 입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에 노조는 다음달 대대적인 총파업을 예고하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만약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해 최대 30조원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초기업노조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단일 과반 노조에 등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로 초기업노조는 17일 오전 10시 기준 조합원 수가 7만53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 12만8881명의 58.4%에 해당하는 수치로, 과반 노조 획득 기준인 6만4000여 명을 크게 웃돈다.
이에 초기업노조는 지난 2월 9일 고용노동부(노동부)에 과반 노조 관련 노사 공동 질의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노동부의 확인 절차를 거쳐 이날 단일 과반 노조가 됐음을 공식화했다.
변준우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이번 과반 노조 지위 확보는 근로자 대표 권한의 실질적 행사와 노사 관계 정상화의 법적 토대를 마련한 중요한 성과다”고 평가했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단일 과반 노조 공식 선언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반 노조에 오른 초기업노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 지위도 확보하게 됐다. 탄력적·선택적 근로 시간제 등 근로 조건의 핵심 사항을 사용자와 직접 서면 합의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보유함과 동시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된 것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제 사측이 일방적으로 운영해 온 노사협의회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오직 초기업노조만이 12만8000여 명의 삼성전자 직원을 대표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직원 전체의 근로 조건 개선과 권익 보호에 나서겠다”며 “근로자 대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해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원천 차단, 조합원 중심 노사협의회 구성, 과반 교섭력을 통한 처우 개선 등을 중점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단일 과반 노조 공식 선언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초기업노조는 그간 삼성전자 노사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당장 이달 23일 총집회를 열기로 했다.
해당 집회에는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오는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리는 ‘4·23 투쟁 결의대회’에 3만~4만명의 조합원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 간에 걸친 대규모 총파업에도 돌입한다.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삼성전자는 막대한 생산 차질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7만5300명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99명이다. 여기에 동행노조 조합원 수까지 합산하면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수는 무려 10만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가 12만8881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약 78%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공동투쟁본부에 몸담고 있는 셈이다. 직원 5명 중 4명이 파업에 나서게 되면 삼성전자 공장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조합원 상당수는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가동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첨단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건 삼성전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2024년 7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실제로 초기업노조는 총파업이 사측에 미칠 피해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최 위원장은 “18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을 때 설비 백업 등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원에서 최대 3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총파업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일축했다.
이렇듯 득보다 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노조는 총파업을 밀어붙여 성과급 제도를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한 제도화를 요구했는데 사측은 이에 대해 계속 일회성으로 답변했다”며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사측이 선제적으로 새 안건을 갖고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총파업을 불사하고 나선 것은 성과급에 대한 불만과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매년 영업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키로 하면서 파장이 더욱 커졌다.
이에 공동투쟁본부는 연간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는 300조2131억원에 달한다.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한다면 해당 규모는 무려 45조320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성과급 상한 폐지는 물론,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우리의 핵심 요구안은 성과급 제도 투명화, 성과급 상한 폐지, 임금 인상률 7% 등임에 변함이 없다”며 “삼성전자의 인재 제일 경영 원칙 실현, 반도체 인재 경쟁력 향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조가 총파업 과정에서 과도한 쟁의 행위를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달 5일 최 위원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총파업 기간 동안 평택캠퍼스 사무실을 점거할 계획이다”며 “스태프를 모집해 모든 사무실을 관리·감독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직원이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강제 전배나 해고 시 우선 안내하겠다”고도 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대로 노조가 총파업 기간 반도체 팹을 점거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화학 물질 유출이나 화재 등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직원들의 근무 여부를 강제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느낀 삼성전자는 하루 전인 16일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과정에서 불법 쟁의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노조법에서는 △안전 보호 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제42조 1항)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제38조 1항) 등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총파업 과정에서 불법 쟁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생산 차질을 넘어 대형 안전 사고와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장비 손상 및 원료 폐기로 인한 대규모 손실, 글로벌 반도체 생산 차질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삼성측의 주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헌법상 보장된 조합의 쟁의 행위를 막으려는 것이 아닌, 법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쟁의 행위를 예방하고 경영상의 중대한 손실을 막으려는 것이다”며 “노조의 단체 행동권 행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단일 과반 노조 공식 선언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노조는 위법한 쟁의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최 위원장은 “사측에서 노조법 제38조 2항인 시설 유지나 그리고 또 원재료 폐기를 문제 삼고 있는데, 제조와 기술 인력은 기존 단체 협상에서 협정 근로자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법무법인을 통해서도 검토한 결과에 따라 정당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제조·기술 인력은 협정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총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도 최 위원장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80%가 조합원이지만 사측이 나머지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근무를 편성할 수 있다”며 “노조도 협의해 당연히 안전 시설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파업을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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