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증시자금 몰리자 ETF 주문거부·지연현상 발생
노조 “현행 거래시스템은 6시간 거래 기준…연장 시 안정성 위험”

증시가 요동치면서 투자자금이 몰림에 따라 한국거래소(KRX, 이하 거래소)에서 또 전산오류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 거래소에서 추진 중인 ‘24시간 주식 거래’가 증권업계와 노조의 반발에 부딪힌 가운데, 재차 전산오류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0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2시 30분~12시 33분, 1시 39분~1시 41분 사이 ‘KODEX WTI원유선물(H)’ 상장지수펀드(ETF)의 주문 거부 및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현상은 ‘매칭 엔진’ 오류 현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매칭 엔진은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을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거래소 오류에 따라 각 증권사에서도 전산 오류가 함께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거래소 측은 “해당 매매체결 지연은 ETP(ETF·ETN 등) 상품에 한정돼 발생했으며, 기타 주식 상품군에는 별도의 영향이 없었다”며 “전산장애 원인 및 투자자 불편사항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스템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소의 전산 오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2024년 6월 지속되는 전산오류를 막기 위해 ‘전산장애 대응 프로세스 개선 TF’를 출범했다. 해당 TF 출범 당시 거래소는 시장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형태의 전산장애를 사전 예방하고 장애 발생 시 제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확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TF 출범이 무색하게 거래소의 전산오류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약 7분간 전산장애가 발생하며, 당시 850개 전 종목의 거래가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후 1년여 만인 올해 또 다시 전산오류를 겪은 것이다.
전산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거래소는 도리어 거래 시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월 “글로벌 자본시장 경쟁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에 대응해 거래시간을 연장하고, 단계적으로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29일부터는 오전 7~8시, 오후 4~8시 프리·애프터마켓을 개설하고, 내년 말부터는 24시간 거래체계를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와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전국사무금융노조는 “개장 시간만 늘린다고 우량한 장기 투자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며, 오히려 단기 변동성을 좇는 트레이더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킬 것이 자명하다”며 “이는 결국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래소는 지난 5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증권업계의 의견 청취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와 거래소 간 견해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뿐만 아니라 금융투자협회도 최근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업계의 부담에 대한 의견서를 거래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역시 주문 건을 증권서 본점 및 HTS·MTS로 한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본적으로 거래시간 연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인력, 근로시간 연장에 따른 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산오류까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거래시간 연장은 무리한 선택이라는 여론이 업계 내에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지부장은 “기존 거래소의 거래시스템은 하루 6시간 거래 기준에 맞춰 개발된 것을 현재까지 오류를 수정해가며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 아직까지도 오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24시간 거래 시스템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정말 위험한 수준의 오류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거래소의 거듭된 전산오류에 우려를 표했다. 금감원은 9일 거래소 및 13개 증권사 정보기술최고책임자(CIO) 등 임원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이종오 금감원 디지털·IT 담당 부원장보는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매수·매도 주문 집중 등에 따른 전산장애 발생 시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전산장애 등 사고발생 시 신속한 시스템 복구와 함께 금융소비자에 대해 장애발생 및 대체 주문수단 즉시 안내 등 거래 공백을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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