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미수금 폭탄’ 해결 한시가 급한데”…가스공사, 차기 수장 인선 ‘하세월’

시간 입력 2026-01-20 17:19:18 시간 수정 2026-01-20 17: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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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가스공사 차기 사장 후보에 부적합 결론
새 후보 재공모 주문…신임 사장 선임 절차 원점
지난해 3분기 미수금 14조원↑…부채비율도 375%
“재무구조 위기 극복 급한데…새 수장 부임 지체”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의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가 차기 사장 후보에 대해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새 후보를 다시 공모하라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로 공식 임기가 끝난 기존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한달 넘게 직무를 대리하고 있으나, 신임 사장이 인선돼야 안팎의 과제를 해소하고 미래 사업 전략을 본격화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조원을 웃도는 미수금과 400%에 육박하는 부채 비율을 기록한 가스공사로선 재무 건전성을 제고할 적임자 선임이 절실한 실정이다.

20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산업부)는 공사에 공문을 보내 신임 사장 후보를 재공모하라고 주문했다.

그간 가스공사는 차기 사장 인선을 차질 없이 진행해 왔다. 지난해 11월 13일 신임 사장 초빙 공고를 낸 가스공사는 서류,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5명으로 압축했다.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추린 후보자 5명은 이인기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가스공사 출신 인사 4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업부는 이들 후보가 가스공사의 수장으로 부적합하다고 봤다. 산업부는 임원 후보자가 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거나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때 재추천을 할 수 있다는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 시행령 24조의 2를 근거로 재공모를 요청했다.

다만 구체적인 부적격 사유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주무 부처가 재공모를 요청한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주무 부처가 후보를 탈락시키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모집 공고를 통해 신임 사장 지원자를 모집한다. 임추위는 이들을 심사해 최종 후보를 3~5배수로 추린다. 보통 이 과정에서 상당수 후보가 가려진다. 이렇게 뽑힌 최종 후보는 주무 부처의 검토, 재정경제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거쳐 차기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산업부가 가스공사 신임 사장 후보들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서 공사는 차기 사장 인선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됐다.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최종 후보들에 대해 반대해 온 가스공사 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부와 우리 지부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공기업 인사에 있어 정부가 스스로 강조한 전문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사의 사장 선임 절차를 감시하며, 부적격 후보가 사장에 선임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가스공사는 조만간 새 수장 선임 절차에 재돌입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지난해 12월 8일부로 기존 최연혜 사장의 공식 임기가 끝났으나, 차기 사장 부임 전까지 최 사장 체제가 유지되는 만큼,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더라도 당장 경영 공백이 초래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눈앞에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 수장을 하루빨리 뽑을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특히 신임 사장이 해소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가스공사의 재무 건전성 제고가 지목된다.

최근 실적만 보면 가스공사의 재무구조는 양호하다. 지난해 1~3분기 가스공사의 영업이익은 1조62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1조8270억원 대비 10.9% 감소한 수치다.

비록 2000억원 가까이 영업익이 줄어들긴 했으나, 이자율 하락 등에 따른 도매 공급비용 투자 보수가 감소했고, 취약계층에 대한 가스 요금 지원금 증가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

더구나 가스공사는 최근 수 년 간 영업 흑자를 이어 오고 있다. 2021년 1조2397억원이었던 연간 영업익은 2022년 2조4634억원, 2023년 1조5534억원, 2024년 3조34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4분기 7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난해 연간 영업익도 흑자를 낼 것으로 당연시된다.

이렇듯 해마다 수조원대의 영업익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스공사의 경영 실적에 대해 건실하다는 평가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실적의 이면을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표면적으론 영업 흑자를 내고 있는 가스공사지만, 그 이면에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미수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폭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받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추후 회수할 목적으로 장부상 ‘자산’으로 구분하나, 실질적으로 아직 손에 쥐지 못한 무형의 금액이어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과 진배 없다.

미수금 중에서도 특히 민수용 미수금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 2021년 1조7656억원이었던 민수용 미수금은 2022년 8조5856억원, 2023년 13조11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2024년엔 14조476억원을 기록하며 14조원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들어서도 미수금은 계속 늘어 1분기 14조871억원, 2분기 14조1353억원, 3분기 14조1827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사진=한국가스공사>

부채비율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 5년 간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379%, 2022년 500%, 2023년 483%, 2024년 433%, 지난해 3분기 375% 등으로, 2022년을 제외하면 줄곤 300~4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는 “지난해 하절기 차입금이 줄었고, LNG(액화천연가스) 구매 물량 감소에 따른 매입 채무 축소 등이 부채비율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무 건전성을 제고할 만한 수준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14조원을 웃도는 미수금, 4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스공사의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선 가스공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서둘러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정부의 반대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된 차기 사장 인선이 또한번 좌초되지 않도록 임추위가 최종 후보에 대한 심사를 더욱 꼼꼼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터져 나온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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