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에 또다시 ‘신중 모드’ 돌입한 한은…5연속 금리 동결 결정
통화정책 의결문서 ‘금리 인하 가능성’ 삭제…인하 사이클 종료 시사
증권가 “환율 관련 한은이 할 수 있는 것 없다”…금리 인하 종료 전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올해 첫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내린 이후 5차례 연속 동결을 택한 것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소비 개선으로 성장 전망은 상향됐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과 부동산 상승 기대, 가계부채 확대 등 금융안정 요인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것을 동결의 근거로 삼았다.
전반적인 회의의 내용은 대부분 환율과 연관된 것들이었으나, 이번 통화정책 의결문에서는 그간 한은이 고수해 오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환율에 개입할 수 있는 점은 없다고 보며,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전망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5월 0.25%포인트 금리를 낮춘 뒤 5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택한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 환경을 종합 점검하며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외환시장과 주택시장 상황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환율이 12월 말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등의 영향으로 40원 이상 하락했지만 금년 들어 다시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져 상당한 경계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란,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됐다”면서 “거주자 해외투자의 경우 국민연금은 감소했지만 기타 거주자의 해외투자 증가 속도는 지난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던 10~11월만큼 빨라지는 등 수급 쏠림이 지속되고 있는 데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또 주택시장이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도 계속해서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수도권 주택시장은 서울의 가격 상승률이 연율 10%에 이르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도 풍선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동결 결정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6명 전원이 모두 같은 의견을 내놓으며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최근 성장세가 11월 통방회의에 비해서는 다소 나아졌지만, 주택가격과 환율 등 금융안정 관련 리스크가 여전하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점에서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다만 3개월 뒤 금리전망과 관련해서는 일부 의견이 엇갈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2.50%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었고, 1명은 현재 2.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 놔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5명은 앞으로 3개월 시계에서도 현 경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며 “반면 인하 가능성을 제시한 1명은 내수 부문의 회복세가 약하기 때문에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 둘 필요가 있으나, 주택가격 및 환율 등 금융안정 변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고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회의 당시에는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가 3대 3으로 갈렸으나, 이번에 동결 의견이 2명 늘었다. 이로써 지난해 5월 마지막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린 이후 열린 통방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은 △7월 4명 △8월 5명 △10월 4명 △11월 3명 △1월 1명으로 변화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국내경제는 성장 개선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경로에 상방 리스크가 다소 증대된 것으로 판단되며, 물가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높아진 환율이 상방 리스크로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높은 환율 변동성 등과 관련한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금리 동결 기조를 길게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한은이 그간 밝혀왔던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기존의 톤이 1월 통방문에서 삭제되며 사실상 금리 동결의 장기화 가능성을 공식화했다는 것이 골자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한은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정부와 개입을 통해 단기적인 환율 급등을 제어하는 것 말고는 의미 있는 대응책은 없다”며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외환시장을 주시하며 대기하는 일이며, 이로써 인하 사이클은 종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성명서에서 보듯 인하 사이클은 명백히 종료됐으며, 연내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면서 “지금은 한국은행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동결 결정 이후에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지켜보기 모드 모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이번 회의의 핵심은 ‘인하 재개 여부’가 아니라, 고환율, 금융안정 리스크가 완화될 때까지 ‘동결의 효력’을 확인하는 구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경기 환경에서 금리 인하는 경기 회복보다 환율·물가·자산시장 리스크를 더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추후에도 동결을 기본 값으로 두고, 명확한 인하조건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의 정책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만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이번 금통위를 통해 환율 레벨과 관련해 한미 금리차 등이 주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11월 이후 금리 상승 압력 속에서도 환율이 함께 절하된 점을 지적했다”면서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 주식시장 강세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중반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나, 연내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 둔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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