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삼성’ 꿈꾸는 이재용…HBM·파운드리, 빅테크와 반도체 협력 직접 뛴다

시간 입력 2025-12-17 16:56:58 시간 수정 2025-12-17 16: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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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미국 출장서 글로벌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리사 수 AMD CEO와 긴밀 협력
HBM4 공급·파운드리 수주 등 반도체 협업 기회 모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네크워킹을 강화하며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은 테슬라·AMD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만나 HBM(고대역폭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직접 발굴하며 ‘뉴 삼성’ 비전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 15일 오후 9시 40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국했다. 취재진들과 만난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소감에 대해 “열심히 일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8일 간 미국 뉴욕부터 텍사스주 오스틴,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까지 북미 대륙을 횡단하는 강행군을 소화하며, 테슬라, AMD, 메타, 인텔, 퀄컴, 버라이즌 등 주요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및 리사 수 AMD CEO와의 만남에서 반도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한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이 회장은 머스크와 삼성전자와 테슬라 간 차세대 AI(인공지능) 칩 협력과 반도체 공급 안정화, 미국 내 생산 인프라 활용 등 광범위한 기술·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사는 지난 7월 약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삼성은 2033년 말까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주력 양산하게 됐다. 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반도체다.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칩 중 가장 최첨단 제품이다.

해당 칩은 내년 가동 예정인 삼성전자 테일러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앞서 2021년 삼성은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370억달러를 투자해 테일러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도 신축키로 했다.

삼성의 혁신 기술이 총망라될 미 테일러공장은 선단 공정인 2~4nm(1nm는 10억분의 1m) 기반 파운드리 라인을 갖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테슬라 AI6 칩 역시 최첨단 공정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당시 머스크는 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삼성전자의 대규모 텍사스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이 양산될 것이다”며 “이는 과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결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테슬라가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돕는 데 삼성도 동의했다”며 “진전 속도를 가속하기 위해 직접 삼성전자 생산라인을 둘러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파운드리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회장의 공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과 머스크 CEO는 앞서 2023년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만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당시 만남 이후 양사의 협력이 구체화했고, 올해 들어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다. 이 회장은 수 CEO와의 회동에서 삼성전자와 AMD 간 반도체 협력 의지를 다졌다.

먼저 양사는 HBM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기로 했다. 현재 삼성은 AMD의 AI 반도체 ‘MI350’에 들어가는 5세대 HBM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AMD의 차세대 플랫폼에 HBM을 제공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고성능·고효율·혁신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이어온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고 강조했다.

AMD는 내년 하반기 첨단 AI 칩 ‘MI450’을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해당 AI 반도체에는 6세대 HBM ‘HBM4’ 12단 제품이 탑재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은 AMD에 HBM4를 납품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HBM4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삼성은 HBM4에 대한 자체 성능 테스트(PRA)를 완료하고, 양산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PRA는 제품 출하 직전 단계로, 이를 완료했다는 것은 수율과 성능을 충족했음을 의미한다.

삼성은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핵심 기술이 적용된 HBM4 샘플은 고객사에 전달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아직 HBM4 시대가 본격 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이 HBM4를 탑재하는 AMD의 MI450 맞춤형 AI 메모리를 양산·공급한다면 삼성전자의 전 세계 HBM 시장 내 위상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를 2나노 2세대 파운드리 공정으로 제조해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이번 방미에서 수 CEO와 긴밀한 협의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와 AMD는 HBM을 넘어 파운드리까지 협력 관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리사 수 AMD CEO.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킹을 활용해 삼성 반도체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테슬라, AMD 등 주요 빅테크와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모색한 이 회장은 이제 뉴 삼성 비전 구체화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내년 초 열리는 사장단 만찬에서 뉴 삼성 재건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겠느냐고 점치고 있다.

이 회장은 내년 초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 전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사장단 만찬을 가진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 노태문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사장을 비롯해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등이 참석한다.

앞서 올 3월 이 회장은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 진행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메시지를 내고,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경영진들을 질책한 바 있다. 이같은 이 회장의 메시지는 올 초 사장단 만찬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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