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수요, 공급 앞질러…메모리 가격 연일 폭등
제조 원가 부담 확대에 주요 IT 기기 업체 울상
내년 초 ‘갤S26’ 출시 앞둔 삼성, 타격 불가피
가격 인상 압박 커져…글로벌 시장 공략 ‘찬물’
노태문, CES서 마이크론 CEO 만나 담판 짓나

전 세계에 불어 닥친 AI(인공지능) 훈풍에 힘입어 메모리 칩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메모리 공급이 가파르게 치솟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D램 품귀 현상까지 심화하는 모습이다.
당장, 내년 초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6’ 시리즈를 출시해야 하는 삼성전자도 메모리 칩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D램 가격 폭등세를 감안하면 갤S26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15일 IT 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사장은 내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 CEO(최고경영자)와 회동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CES 기간에는 최고 경영진 간에 만남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은 이같은 암묵적인 룰을 깨고, 이례적으로 마이크론에 회동을 요청했다.
이번 만남은 삼성 모바일이 곧 출시할 갤S26 시리즈에 필요한 D램을 적정한 가격으로 대량 확보하기 위해 마이크론과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긴급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DX 부문장 직무대행’ 타이틀을 떼고 정식 부문장에 오른 노 사장은 CES 기간 동안 모바일, TV, 가전 등 주요 사업에서 미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사장이 메흐로트라 CEO와 회동에 나선 것은 메모리 칩 수급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문 삼성전자 MX 부문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실제로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 제조사들은 최근 메모리 가격 폭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기록적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범용 D램 ‘DDR4’ 8Gb의 현물 ASP(평균 판매 가격)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월 1.35달러였던 DDR4는 지난달 8.1달러로, 무려 6배 넘게 폭등했다.
한국은행도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5년 10월 생산자 물가 지수’에 따르면 올 10월 D램 가격은 직전월인 9월 대비 28.1% 올랐다. 같은 기간 낸드는 무려 41.2% 상승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칩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메모리 재고가 부족해진 데서 기인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초 전 세계 D램 업체의 평균 재고 수준은 2.7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올 3분기 3.3주 대비 0.6주 줄어든 숫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의 평균 재고 수준은 2주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좀 더 여유 있는 4주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존에 6주였던 점과 비교하면 2주가량 평균 재고 수준이 축소된 상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평균 재고 수준을 약 6~8주로 본다. 이를 고려할 때 삼성의 평균 재고 수준은 약 2~4주, SK는 무려 약 4~6주나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LPDDR5X D램. <사진=삼성전자>
이렇듯 D램 재고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K-반도체 메모리 물량은 사실상 생산 즉시 출하되는 실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메모리 수요 강세로 인해 D램, 낸드플래시 재고가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며 “D램 재고는 극히 낮은 수준으로, DDR5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되자마자 고객사에 출하되는 상황이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추세라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D램 평균 재고 수준이 2주 이내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조만간 메모리 칩이 필요한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줄을 서서 생산된 D램을 바로 사 들고 가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D램 재고가 급감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덩달아 치솟으면서 IT 기기 제조사들의 제조 원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스마트폰, PC 등 제품 가격을 손댈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IT 기기 제조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강요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PC 제조 원가 중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15~20% 정도다. 그러나 최근 메모리 가격 폭등으로 해당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렌드포스는 “강한 수익성을 가진 애플조차도 내년 1분기 아이폰 전체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며 “이러한 추세로 인해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 가격 전략을 재평가하고, 이전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 폭을 줄이거나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 제조사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라 신제품 출고가를 인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내년 초 갤S26 시리즈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에도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AI 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삼성은 갤럭시 스마트폰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이를 위해선 갤럭시 스마트폰의 가격이 시장에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제조 원가 부담 확대로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삼성은 2023년 초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부터 3년 연속으로 256GB 모델의 출고가를 동결해 왔다. 그러나 메모리 칩 가격 급등으로 삼성이 갤S26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판매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갤럭시S26 시리즈를 앞세워 갤럭시 AI 생태계 확장을 노리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산호세사옥.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S에서 노 사장이 메흐로트라 CEO와 만남을 갖는 것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이번 회동에서 논의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로선 갤S26 시리즈에 탑재하기 위한 메모리 확보가 시급하다. 삼성이 수용할 만한 가격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는 전제 하에 마이크론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메모리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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