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물가 상승률 반영한 4.4% 인상 요구에도 회사 측 2.8% 제시
LG헬로비전 “경영정상화 노력하고 있어…노사 간 지속 대화할 것”
LG헬로비전 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케이블TV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진 가운데, 희망퇴직과 본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으로 노사가 정면 충돌했다. 케이블TV 업계 전체를 덮친 ‘생존 위기’가 노사 갈등으로 가시화되면서, 산업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LG헬로비전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지난 4월부터 11차례에 걸친 임금 교섭 끝에도 회사가 0.9% 인상안 외에는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4.4%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2.8% 인상안만을 고수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3.4% 조정안마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기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LG헬로비전 사측은 11차례 교섭에서도 해법을 내지 않았고 조정안까지 거부하며 희망퇴직과 본사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이 결정은 노동자의 생활 기반을 흔들고 현장의 모든 부담을 노동자에게 넘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금인상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최소한의 요구에 불과하다”며 “임금 문제만이 아니라 투자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LG유플러스, 수년간 인력 충원을 중단한 경영 전략, 서비스 품질을 노동자의 과로로 유지하는 후퇴한 산업 구조, 이 모든 것이 지금 사태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안은 LG헬로비전의 본사 사옥 이전이다. LG헬로비전은 지난 10월 27일 사내 공지를 통해, 오는 12월 초 본사를 서울 상암동에서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내 MBN 미디어센터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케이블사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본사 이전이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수십억원 비용이 드는 사옥 이전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지은 LG헬로비전지부 지부장은 “현재 조합원들이 상암 근처에 거주하거나 자녀를 인근 어린이집에 보내는 직원이 많다”며 “한 달 만에 삼송으로 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근로조건 악화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상법의 본점의 소재지를 정관의 절대적 지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LG헬로비전의 정관 제3조에는 회사의 본사를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며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난 3월 이후 헬로비전의 주주총회는 소집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으로 본점 소재지 변경은 정관상의 본점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본사 이전을 진행할 경우 여러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본사 이전을 막기 위한 가처분 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2년 연속으로 단행된 희망퇴직에도 현장 반발이 이어졌다. LG헬로비전은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10월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해는 만 50세 이상 또는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했으나, 올해는 전 직원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결원은 있었지만 신규 채용이 없어 업무 하중이 늘어 서비스 품질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LG헬로비전을 인수한 모회사 LG유플러스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9년 LG헬로비전을 매입하면서 6200억원의 네트워크 투자를 약속했으나, 실제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LG유플러스가 오히려 LG헬로비전의 자가망 포기를 통해 유무선 전송망 임차 비용 등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유료방송을 자회사로 귀속시킨 통신재벌이 자회사 노동자를 구조조정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노조 측은 경영진 사퇴와 LG유플러스와의 합병을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방송통신발전기금 구조가 지역 미디어의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며 “케이블TV 산업 전체 이익의 1.7배에 달하는 기금 부과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와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영업이익은 149억원에 그쳤지만,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250억원을 납부해 영업이익 대비 168%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LG헬로비전 노조는 “본사 이전 금지 가처분 소송과 함께 불공정 영업 및 고객 가치 훼손 사례에 대해 법적 대응할 것”이라며 “비정규직 지부와의 공동 파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LG헬로비전 측은 “케이블TV 산업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노사 간 합리적 타협점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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