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도 사장단 인사 빨라진다”…재계에 부는 ‘조기·파격 인사’ 바람

시간 입력 2025-11-05 17:30:00 시간 수정 2025-11-05 17: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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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지난달 30일 깜짝 인사 발표…예년보다 한달 이상 앞당겨
판사 출신 CEO ‘파격’ 선임…나머지 그룹 인사에 영향 가능성
SK 조기 인선 이후 삼성·현대차·LG 모두 이달 중 사장단 인사 예고
인사 키워드는 제각각…삼성, ‘이재용 체제’ 안정화에 방점
LG, 전자·화학 등 사업 부진 타개 시급…대대적 변화 불가피

재계 맏형격인 국내 4대 그룹이 연말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 통상 12월 초를 전후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인사 시기를 10~11월로 앞당기는 추세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조기 인사를 통해 주력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신사업 발굴·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재계에 조기 인사 바람을 불러일으킨 곳은 SK그룹이다. SK는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주요 계열사 수장들을 교체했다. 이제 남은 곳은 삼성·현대자동차·LG 등이다. 이들 그룹은 각각 시기에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이달 중 인사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연말 인사 관심사는 단연 그룹별 인사 키워드다. 재계에서는 삼성·현대차·LG도 SK처럼 파격 인사를 단행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 30일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 회의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장단 인사 사항을 공유했다.

통상적인 인사 시기가 아닌 때, SK가 깜짝 인사를 발표한 것을 두고 재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사장단 인사가 나온 것과 비교하더라도 올해는 한달 이상 더 일찍 연말 인사가 이뤄졌다. 산업계에서는 SK가 그룹 사업 체질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Rebalancing)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조기 인사를 실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현장 실무 경험과 연구개발(R&D) 역량 등 문제 해결 능력이 있고, 고객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경영진을 발탁했다”며 “이들 사장단을 중심으로 그룹 리밸런싱과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을 가속화해 각 계열사가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단 인사 시기만 놀라운 게 아니었다. SK그룹의 인사 키워드도 ‘안정 속 파격 변화’였다.

먼저 SK에서 오랜 만에 부회장 승진자가 탄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형희 SK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SK그룹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2021년 장동현 부회장, 김준 부회장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이 신임 부회장은 최 회장과 신일고 및 고려대 동문이다. 이른바 ‘S(신일)·K(고려)’ 학연의 핵심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부회장단에서 대외 창구 역할을 도맡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 국회, 언론 등과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미디어·통신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SK그룹의 외부 신인도를 높임과 동시에 최 회장을 보필하며 그룹 거버넌스 체계를 고도화할 것이란 평가다.

올 한해 유심 해킹 사태로 속앓이했던 SK텔레콤의 수장은 정재헌 SK텔레콤 CGO(최고거버넌스책임자)로 교체됐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정 신임 사장은 2020년 SK텔레콤 법무2그룹장을 맡으며 SK맨으로 영입됐다. SK텔레콤의 준법 경영 실천에 힘써 온 그는 향후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높이고,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를 통해 고객 신뢰를 높이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SK가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나머지 삼성·현대차·LG 등의 연말 인사에도 부쩍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 그룹도 SK와 마찬가지로 ‘조기 인사’, ‘파격 인사’를 단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현대차·LG의 조기 인사는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이들 그룹 모두 이달 안에 연말 인사를 실시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재계 큰 형님 삼성은 이르면 이달 중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삼성은 매년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2023년과 지난해의 경우 11월 말로 일주일가량 앞당겼다. 이에 올해는 해당 시기와 비슷하거나 더 빠르게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통상 12월 중순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엔 이를 앞당기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미국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예년보다 한달가량 앞당겨 인사를 냈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담이 크게 낮아지긴 했으나 글로벌 통상 환경의 어려움은 여전해 올해도 인사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LG는 대체로 해마다 11월 중에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올해 인사 시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특히 LG는 지난달 말부터 연간 실적을 평가하고 내년 사업 계획과 전략을 논의하는 사업 보고회를 진행 중이다. 이에 해당 보고회가 끝난 이후 이달 하순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현대차·LG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 인사를 시행할지도 관건이다.

삼성의 이번 사장단 인사 폭은 그닥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그동안 족쇄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를 말끔히 털어냈다.

이 회장은 그간 삼성그룹 총수로서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장기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뉴 삼성’ 비전 실현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까닭이다. 이 회장은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재판으로 인해 그룹 경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올 7월 삼성을 억누르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며 앓던 이를 시원하게 제거한 이 회장은 뉴 삼성 재건이라는 중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삼성은 ‘이재용 체제’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 사장단은 대체로 유임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 부문장 직무대행 사장. <사진=삼성전자>

대신 삼성의 연말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다.

현재 노 사장은 고(故) 한종희 DX 부문장 부회장의 타계로 지난 4월 공석이 된 DX 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여기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의 임무도 수행 중이다. 이렇듯 주요 보직을 겸하고 있는 노 사장이 1인 3역을 소화하다보니 업무 과부하에 걸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만약 이번 인사에서 노 사장이 승진한다면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과 함께 ‘부회장 3인 체제’가 복원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각 사업 부문 부회장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해 핵심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된다. 

현대차의 사장단 인사 폭은 예상보다 클 것이란 전망이다.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로봇, AAM(미래항공교통) 등 다소 부진한 신사업 분야의 경영진을 물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현대차에 5만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주도할 인재를 사장단으로 발탁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AI 기반 모빌리티’를 구동할 AI 팩토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5만개의 ‘블랙웰’을 탑재한 AI 팩토리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LLM을 훈련하는 AI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LG도 파격적인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최근 LG전자,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심화하고 있고, 글로벌 업황 악화 등 경영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어 사장단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엄혹한 경영 환경에 맞닥뜨린 LG그룹의 위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LG의 최대 경쟁사로 부상한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내부 노력이 부족했다고 짚었다.

구 회장은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과 인력에서 각각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도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줄곧 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의 선택과 집중’, 차별적 경쟁력의 핵심인 ‘위닝 연구개발(R&D)’, ‘구조적 수익 체질 개선’ 등 크게 3가지를 논의해 왔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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