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 ‘역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 발표
사마륨·터븀 등 전략 광물, 다음달 8일부로 전격 제한
반도체 제조 필수 희토류 수급 위기에 K-반도체 비상
‘글로벌 투톱’ SK·삼성…AI 메모리 생산 차질 불가피
정부 “中 조치 분석 중…K-반도체 피해 최소화 노력”

전 세계에 불어 닥친 AI(인공지능) 훈풍에 K-반도체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AI 관련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그래픽용 D램, 저전력 D램 등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이로 인해 내리막을 걷던 반도체 칩 가격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사이클 시장진입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지 못할 경우, AI 메모리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하루 전인 9일 전략 광물인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수출을 한층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역외(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사마륨·디스프로슘·가돌리늄·터븀·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금속과 사마륨-코발트 합금, 터븀-철 합금, 디스프로슘-철 합금, 터븀-디스프로슘-철 합금, 산화 디스프로슘, 산화 터븀 등의 수출이 내달 8일부로 전면 통제된다.
특히 이들 물자를 함유·조합·혼합해 해외에서 제조된 희토류 영구 자석 재료와 희토류 타깃 소재들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중국이 원산지인 희토류 채굴과 제련·분리, 야금, 자성 재료 제조, 희토류 2차 자원 회수 등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경우에도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이와 관련,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는 군용·민간용 이중 용도 성격을 가지고 있고, 수출 통제 실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다”며 “올 4월 중국 조직·개인에 대한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를 실시했고, 희토류 기술 역시 일찍이 2001년에 수출 통제 기술 리스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안 일부 해외 조직·개인이 중국산 희토류 통제 물자를 관련 조직·개인에 제공했고, (이것이) 직접·간접적으로 군사 등 민감한 영역에 쓰여 중국의 국가 안보·이익에 중대한 손해와 잠재적 위협을 만들었다”며 “해외 조직·개인이 중국에서 불법으로 희토류 기술을 획득해 희토류 물자를 생산하고, 군사 등 민감 영역 사용자에게 제공하거나 사용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이번 조치의 의의를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이번 조치로, 해당 물자를 수출하려면 중국 상무부가 발급한 이중 용도 물자(군용 및 민간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자) 수출 허가증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수출 허가증을 받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군수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신청, 수출 통제 ‘관심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기업과 최종 이용자(지분 50% 이상의 자회사·지사 등 포함)에 대한 수출 신청 등을 원칙적으로 불허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단 군사 부문 뿐만 아니다. 반도체 업계도 중국의 이번 조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14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나 256층 이상의 메모리 반도체, 이들 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신청과 잠재적으로 군사 용도를 가진 AI 연구개발(R&D)용 희토류 수출 신청도 별도 심사하기로 했다.
K-반도체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에 처했다. 핵심 소재인 희토류 수급이 어려워지면 AI 메모리 제조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수출을 통제키로 한 희토류 중 사마륨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 소재 중 하나다. 사마륨은 고온에서 잘 증발하는 특성이 있어 반도체 소자 제작 시 균일한 박막을 형성하는 증착 공정에 주요 사용된다.
또한 터븀은 연성이 있는 무른 금속이다. 칼로 쉽게 자를 수 있을 정도다. 반도체 가공 및 진공 증착 등에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가돌리늄은 반도체 핵심 재료인 가돌리늄 질화물, 가돌리늄 산화물 등의 원 물질이다. 루테튬은 진공 증착 기술을 통해 반도체 소자 제작 시 얇은 필름을 입히는 데 필요하다.
이들 희토류는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때 없어선 안 될 필수 소재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 통제 대상에 대거 포함되면서 AI 메모리 제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삼성·SK로서는 자칫 칩 생산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더구나 중국의 이번 조치가 최근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반도체 업황에 치명적인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실제로 전 세계 반도체 업황은 점차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메모리 가격 추이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범용 D램 ‘DDR4’ 8Gb와 ‘DDR5’ 16G의 현물 ASP(평균 판매 가격)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DDR4는 올 1월 2일 평균 1.464달러에서 지난달 22일 5.868달러로, 무려 300.8% 폭등했다. 같은 기간 DDR5는 4.682달러에서 6.927달러로, 47.9%나 상승했다.
범용 D램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은 AI 서버 확산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 탓이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뿐만 아니라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까지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HBM 등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HBM 생산을 대폭 늘리는 반면에 기존 범용 D램의 생산은 빠르게 줄여 왔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범용 D램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일반 서버 시장의 교체 주기가 도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7~2018년 대규모로 구축됐던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늘면서 범용 D램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D램 수요는 메모리 가격을 빠르게 밀어올리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이 상승하면 이보다 더 수익성이 높은 HBM, 그래픽용 D램 ‘GDDR7’, 저전력 D램 ‘LPDDR5X’ 등 고부가 메모리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2일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란 보고서를 통해 K-반도체에 대한 의견을 ‘시장 평균 수준(in-line)’에서 ‘매력적(attractive)’으로 상향했다. 보고서는 “HBM을 둘러싼 기회가 메모리 업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고, 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덕분에 범용 D램의 가격 변동률도 다시 가속하고 있다”며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AI 시대를 맞은 메모리 호황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슈퍼 사이클의 정점은 2027년으로 지목됐다.

이같은 낙관론이 글로벌 시장을 ‘붐업’시키고 있는 와중에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중국발 악재로 AI 메모리 양산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오랜만에 도래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확산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엄청난 리스크가 될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38.7%로, 명실상부 1위를 차지했다. 2위 삼성은 32.7%로, SK의 뒤를 이었다. 이로써 K-반도체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71.4%에 달했다.
AI 핵심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는 K-반도체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62%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17%를 기록했다. 이에 SK·삼성의 HBM 시장 점유율 합산은 79%나 됐다.
글로벌 메모리 투톱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하려는 희망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K-반도체의 AI 칩 제조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는 가운데 K-반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이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련해 “중국이 발표한 내용이 많아 이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분석이 끝나면 국내 기업 애로가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등 핵심 품목들을 원활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도 지금까지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허가는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아직 큰 문제는 없다”며 “이번 조치에 따른 국내 기업 피해가 없도록 중국측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그래픽] 롯데칠성음료 매출·영업이익](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5/11/10/2025111010352855523_m.jpg)
























































































![[25-09호] 2025년 국내 주기업 AI경쟁력](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5/10/10/2025101009162773118_m.png)





![[이달의 주식부호] ‘4천피’에 주식부호 100인 보유주식 가치 한달새 23조 증가](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5/11/04/2025110412455359190_m.jpg)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