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이 성과급 결단해야”…삼성그룹 노조 “‘하이닉스 1억 성과급’ 우린 안되나”

시간 입력 2025-10-01 07:00:00 시간 수정 2025-10-01 09: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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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30일 성과급 제도 개선 기자회견
성과급 산정 기준·상한제 폐지 촉구…“SK하이닉스처럼 변경해야”
전체 영업익의 10% 성과급 제공… 반도체 실적부진, 노조 요구 ‘무리’ 지적도

“성과급 제도가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바뀔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삼성 13개 개열사 연합 노조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사측에 ‘깜깜이’ 성과급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연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노조연대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리적인 보상은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자 삼성이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과급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노조연대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울산, 전국삼성전자서비스, 삼성생명, 삼성생명서비스, 삼성화재,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노조 &U(엔유) 등 삼성그룹내 13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노조측은 “삼성의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깜깜이·차별·상한제’라는 3대 불공정 구조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사측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 노조가 일제히 모여 성과급 개편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가 구체적으로 요구한 개편 방안은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성과급 상한제 폐지 △모·자회사 성과급 차별 중단 등이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를 언급했다. 노조는 “성과급 기준을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 기준으로 변경하고 상한 없이 지급받도록 변경해야 한다”며 “삼성다운 지급률을 통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과급 재원을 연간 영업이익의 10%로 산정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 및 삼성 계열사들은 연초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에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투자금 등 자본비용을 차감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영업이익 규모와 별개로 회사의 비용 지출에 따라 성과급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은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결과만 통보하고 있다”며 “성과급이 얼마나 어떻게 지급될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달 초 임금단체협상 끝에 삼성의 OPI와 유사한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는 월 기본급의 최대 1000%까지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이번 합의로 상한선이 완전히 철폐됐다. 반면, 삼성은 OPI의 상한선을 개인 연봉의 50%로 제한하고 있다.

노조는 원활한 합의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나설 것도 요구했다. 오 의장은 “이재용 회장이 직원들과 노조와 직접 소통해야 한다”며 “초격차 삼성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견인할 수 있도록 성과급 제도 개선을 결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가 성과급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데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파격적인 성과급제 개편을 통해 역대급의 성과급을 지원한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이끌며 호실적을 기록 중인 가운데, 최근 타결된 합의안에 따라 역대급의 성과급을 지급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37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의 10%인 3조7000억원이 직원들의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본사 직원수가 3만3625명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이 지급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실적 및 성과급 격차가 벌어진 데다,  SK하이닉스가 이같은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삼성전자 내부 구성원들의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3조 영업이익을 올린 SK하이닉스는 PS 지급률을 기본급의 1000%와 특별성과급 500%를 합해 총 1500%로 책정했다. 이는 개인 연봉의 75%에 해당한다. 반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OPI 지급률은 연봉의 14%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올 상반기 역시 생산성격려금(PI)을 기본급의 150%로 산정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을 메모리사업부에 한해 기본급 25%로 결정했다. 특히 적자를 기록한 비메모리부문인 시스템 LSI 사업부는 12.5%, 파운드리 사업부는 0%에 그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HBM 쇼크로 반도체 사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가 경쟁사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응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1조3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경우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6조63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한편, 전삼노는 곧 인단협 교섭 준비에 돌입해 이르면 11월 사측과 교섭을 시작할 전망인데, 실적이 기대치에 미달하거나, 노조가 일방적으로 무리한 성과급을 요구할 경우, 노사간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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