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해소하자’…은행권, 외국인 겨냥 금융서비스 대전

시간 입력 2025-09-27 07:00:00 시간 수정 2025-09-26 16: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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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상품·채널 확대 등 차별화 전략 가속
외국인 인구 273만명 돌파…새 수익원으로 부상

국내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송금, 계좌개설, 대출·카드, 상담 지원까지 전용 상품과 채널을 강화하며 포화 상태에 이른 내국인 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장기 거주자 등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입국 전 사전정보등록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외에서 한국 입국을 앞둔 외국인이 통장 개설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미리 QR코드로 등록해 두면, 입국 후 전국 영업점 어디서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달에는 하나 EZ앱 내 ‘다국어채팅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다. 외국인 고객이 금융 상품 가입 전 확인해야 할 정보와 제출 서류, 절차 등을 챗봇이 아닌 실제 상담원이 다국어 번역 솔루션을 활용해 상담을 진행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해외송금 서비스 ‘KB 퀵 샌드’의 지원 국가를 기존 5개국에서 47개국으로 대폭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지역 영업점에 다국어 상담을 지원하는 특화지점을 운영하는 등 외국인 전용 창구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영업망 특성을 살려 산업단지·대학가 중심으로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주요 영업점 13곳에 외국인 서포터즈를 배치해 언어 소통을 돕고 있으며,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은 외국인 전용 창구를 운영하거나 맞춤 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차별화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 부산은행은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화재와 협력해 출국만기보험, 귀국비용보험, 상해보험 등 의무보험 계약을 모바일 뱅킹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보험금 지급 신청도 앱을 통해 바로 가능해져, 서류 작성 과정에서 겪던 불편을 줄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빠르게 늘어나는 외국인 인구가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지난해 265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7월 기준으로는 273만명으로 올해 들어 8만명이 증가했다. 단기 체류 노동자를 넘어 장기 거주자와 가족 단위 이주자가 크게 늘면서 금융 수요는 단순 송금에서 신용카드, 대출, 자산관리로 확장되고 있다.

내국인 시장이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은행들은 예대마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예금과 대출로 대표되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성 한계에 직면했고, 디지털 전환과 경쟁 심화로 마진 폭도 좁아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 고객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송금·외환 수수료, 카드 결제, 생활 금융 플랫폼 등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매달 해외 송금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유학생과 장기 체류자는 소비·카드 이용, 대출·투자 등 금융 활동이 내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제도 환경 역시 변화의 촉매로 작용했다. 올해 3월부터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을 활용해 계좌개설 등 금융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외국인 고객의 거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기존에는 실물 등록증 확인 절차가 필수였으나, 제도가 개편되면서 금융회사가 모바일 인증만으로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은행들의 외국인 대상 서비스는 근로자·유학생·투자자·가족 체류자 등 고객군에 따라 다양화하고, 비대면 기반의 모바일·플랫폼 서비스 비중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은행은 지역 거주 외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생활 밀착형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시중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한 송금·외환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은 이제 틈새시장이 아니라 장기적 수익 기반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며 “언어·문화 장벽을 낮추고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경쟁 우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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