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근로자 구금 후폭풍] ② 삼성은 테슬라·애플, SK는 HBM4 양산…“K-반도체, 美 고객사 다 잃겠네”

시간 입력 2025-09-17 07:00:00 시간 수정 2025-09-16 16: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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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수백조원 투자’ 삼성·SK, 미 현지에 반도체공장 건설키로
비자 문제로 전문 인력 수급 ‘비상’…첨단 생산시설 구축 위기↑
삼성, 테슬라·애플과 잇따라 차세대 칩 파운드리 공급 계약 체결
‘HBM4 양산 체제 구축’ SK는 엔비디아 등 빅테크 공략 박차
“美서 ‘잭팟’ 터뜨렸지만”…K-반도체, 미 사업 추진 ‘적신호’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근로자 300여 명이 무사 귀국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지켜본 국내 주요 기업들이 좀처럼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미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는 다수의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정책으로 미국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수십~수백조원을 투자해 미 현지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거나 착공 예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테슬라와 애플로부터 첨단 칩 공급 계약을 연달아 수주한 삼성과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를 앞세워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에 AI 메모리를 납품해야 하는 SK로서는 미 반도체공장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되던 출장 및 근무 형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국내 전문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서 “나는 다른 국가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해외 기업)과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며,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의 전문 영역에서 그들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기꺼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이민 당국에 의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의식해 이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은 미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총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다행히 구금됐던 한국인들은 일주일여 만에 풀려났지만, 이들 중 일부는 합법적인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과도한 단속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이에 대한 반발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이 공개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불법 체류·고용 단속 현장.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사태 진정에 나섰지만, 업계 안팎에선 향후 제2, 제3의 현대차·LG엔솔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수십~수백조원을 쏟아 부어 미국 현지에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건립 중이거나 지을 예정인 K-반도체의 근심도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에 거액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공장의 외관은 이미 대부분 완성됐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에 맞춰 내부 설비 반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HBM 등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인공지능) 반도체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SK는 인허가 등 공장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K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 정부가 불법 체류·고용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계속 견지하면서 미국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당장, 미국 사업에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미 반도체공장 구축이 시급한데,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리스크’로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K-반도체는 미국에서 ‘잭팟’을 터뜨린 상태다. 먼저 지난 7월 말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2조764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삼성은 계약 내용을 철저히 숨겼으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자신의 SNS에 삼성전자와의 차세대 칩 생산 계약을 공개하면서, 삼성 파운드리의 초대형 계약 당사자가 테슬라임이 드러났다.

머스크 CEO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텍사스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이 양산될 것이다”며 “이는 과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결정이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테슬라가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돕는 데 삼성도 동의했다”며 “진전 속도를 가속하기 위해 직접 삼성전자 생산라인을 둘러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발언을 종합하면 삼성은 2033년 말까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주력 양산할 예정이다. 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반도체로,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칩 중 가장 최첨단 제품이다. 해당 칩은 내년 가동 예정인 삼성전자 미 텍사스 테일러공장에서 생산된다.

이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차세대 칩도 미 텍사스주 오스틴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지난달 초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우리는 향후 4년 간 미국 전역에 6000억달러를 투자하고, 새로운 미국 제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이번 계획에는 미 전역의 10개 기업과의 신규 및 확대 협업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쿡 CEO가 언급한 10개 기업 파트너사에는 삼성도 포함됐다.

애플은 “삼성의 미 텍사스주 오스틴공장에서 새로운 혁신 기술을 도입해 차세대 칩을 제조할 계획이다”며 “이는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칩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애플에 이미지 센서를 생산·공급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미지 센서는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시스템 반도체다. 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이미지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과 애플은 혁신적인 차세대 칩을 양산하는 데 힘을 모을 전망이다. 특히 ‘3단 적층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개발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칩 사이즈 축소, 전력 절감, 신호 품질 향상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해당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해 첨단 이미지 센서를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통상적으로 애플이 신제품 준비에 2~3년가량 시간을 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은 이르면 2027년 이후 아이폰에 이미지 센서를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HBM4’.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경우 6세대 HBM인 HBM4를 중심으로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을 공략할 채비를 마쳤다.

지난 12일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AI 메모리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SK는 안정성을 검증 받은 자체 패키징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 공정을 통해 HBM4를 효율적으로 고단 적층함과 동시에 방열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에 이전 세대인 ‘HBM3E’보다 대역폭이 2배로 확대됐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됐다. SK가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한 것이다.

또 신제품은 10Gbps를 훌쩍 넘는 동작 속도를 구현해,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의 HBM4 표준 동작 속도인 8Gbps를 크게 뛰어넘었다.

개발을 이끈 조주환 SK하이닉스 HBM개발담당 부사장은 “HBM4 개발 완료는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며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에너지 효율, 신뢰성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적시에 공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신속한 시장 진입(Time to Market)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삼성과 SK 모두 미국에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박’ 기회를 따내고, 현지 사업 추진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비자 문제 등으로 미 현지 생산 설비 구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다간 삼성·SK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고객사를 모두 잃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K-반도체가 미국 비자 문제에 저촉되지 않고 국내 전문 인력을 적기에 수급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대미 투자를 단행한 국내 기업 기술 인력의 안정적 미국 체류를 보장하기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부디 전문직 취업 비자 등 실효성 높은 비자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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