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영섭, 소액결제 사태·K-AI 탈락…리더십 ‘시험대’

시간 입력 2025-09-15 18:29:07 시간 수정 2025-09-15 19: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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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임기 만료…정권 교체기 CEO 리스크 재부상
무단 소액결제 사태·K-AI 사업 탈락 등 ‘겹악재’
재무 실적 좋지만…소액결제 사태 책임 면하기 힘들 듯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임기 만료를 6개월 앞둔 김영섭 KT 대표의 리더십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KT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취약한 지배구조 리스크에 더해, 무단 소액결제 사태와 정부 주도 AI(인공지능) 프로젝트 탈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다.

◆ 초동대응 실패한 소액결제 사태…신뢰도 ‘추락’

김영섭 대표의 리더십은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피해 발생과 더불어 기존 관리 시스템의 허술함과 사후 대응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경영진의 실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KT 관리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KT는 해당 기지국 신호 수신 이력이 있는 고객 1만 9000명 중 5561명의 개인식별정보(IMSI)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해커가 소액결제에 필요한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추가 개인정보를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명확한 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사후 대응 역시 도마에 올랐다. KT는 지난 9월 1일 수사기관으로부터 관련 피해 분석 의뢰를 받고도 이를 단순 스미싱 사례로 치부해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KT가 언론 보도 이후인 5일 새벽에서야 비정상 결제 패턴을 차단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면서, 나흘간 피해는 계속 불어났다. 구재형 KT 네트워크기술부문장은 “고객 민원 다량 발생에 조금 더 경계심을 갖고 대응했어야 했다”며 사실상 초기 대응 실패를 시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무리한 효율화가 낳은 참사?…대통령도 ‘질타’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김 대표가 취임 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목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희망퇴직 단행 등으로 연간 30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했고, KT는 올 2분기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무 지표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통신망 관리·운영 등 핵심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KT는 AI·디지털 전환이라는 화려한 구호 뒤에, 통신사의 본질적 책무인 인프라와 보안을 뒷전으로 밀어왔다”면서 “그 결과 인프라 인력 구조조정, 노동자 사망사고, 그리고 이번 해킹 사태까지 연달아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소액결제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기업은 보안 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진 않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소를 잃는 것도 문제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조차 안 고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 힘 주던 AI마저 ‘흔들’…K-AI 탈락·MS 협력 지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T는 그동안 집중해왔던 AI 분야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는 독자적인 AI 기술 개발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우선시한 김 대표의 전략이 어긋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MS와의 파트너십을 맺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도 김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요소다. 양사는 지난해 9월 말 대규모 AI 파트너십을 맺고 생성형 AI 모델 공동 개발 등을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공개된 결과물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리더십 리스크는 지금이 정권 교체기라는 점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KT는 민영화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불명예 퇴진하는 ‘CEO 잔혹사’를 반복해왔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정치 외풍에 쉽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영섭 대표가 해킹 사태와 AI 경쟁력 논란 등으로 인해 뛰어난 재무 성과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질타한 사안에 대해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KT의 고질적인 거버넌스 리스크가 다시 한번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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