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생존전] ①브랜드-유통사, 주종관계 바꼈다…‘임대업자’ 전락 왜

시간 입력 2025-09-22 17:45:00 시간 수정 2025-09-24 1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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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롯데쇼핑, 테넌트 비중 확대 전략으로 매출 방어
상반기 오프라인 매출 정체…온라인 15.8% 성장과 대비
임대료 수익 안정적이지만…브랜드 갱신 실패 땐 위기

[편집자주] 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CJ올리브영이나 무신사, 다이소 등과 같은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브랜드 입점 여부에 따라 기업 매출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인기 브랜드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전통적인 유통업계가 자신들의 매장 일부를 내어주는 임대업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변화된 국내 유통시장과 불황이 불러온 소비 양극화를 짚어보고, 경쟁력을 잃고 있는 유통업계의 생존방안 등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00마트·00백화점 물건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00마트에 다이소 들어왔다며?”, “00에 올리브영 생겼다며?” 등과 같은 대화가 더 많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CJ올리브영이나, 무신사, 다이소 등이 ‘브랜드’에 해당한다. 브랜드는 유통업체 공간 안에 입점해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개별 상호나 상품군을 말한다. 과거에는 롯데·신세계 등과 같은 유통업체의 간판이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되었지만 이제는 이들 브랜드가 입점돼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 ‘임대업자’로 전락

대형마트·백화점·쇼핑몰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불황과 온라인 쇼핑 성장세 속에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과거 유통업체가 ‘갑(甲)’으로서 브랜드를 끌어들여 판매했다면, 이제는 소비자 발길을 붙잡기 위해 브랜드에 의존하는 ‘을(乙)’의 입장이 됐다. 인기 브랜드 입점에 혈안이 된 결과 유통업체의 사업 모델이 점차 임대업화되는 모습이다.

마트의 경우 전국 어디서나 다이소 매장이 대표적이다. 생활잡화, 문구, 소형 가전 등 다이소 특유의 균일가 매장을 찾아 소비자가 몰리자, 대형마트 역시 공간을 내주며 손님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는 올리브영, 무신사 같은 브랜드가 대표 주자다. 이들의 입점 여부가 곧 유통공간의 흥행 성적표가 되고 있다.

◇생존 위해 리뉴얼 또 리뉴얼공통점은 ‘테넌트 확대’

실제로 최근 리뉴얼에 나선 오프라인 유통점들은 테넌트(대형마트와 별도의 임차계약을 맺고 입점한 독립 매장) 비중을 과감히 늘리는 추세다. 이마트 연수점은 리뉴얼 이후 테넌트 비중을 기존 30%에서 70%까지 확대했다. 단순히 식품과 생필품 중심이던 마트 구성이 다이소, 의류, F&B 등 다양한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이마트타운 월계점도 같은 전략을 취해 외부 브랜드 매장을 크게 확장했다.

백화점·쇼핑몰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쇼핑은 아예 테넌트의  중심의 ‘쇼핑몰 사업’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2030년까지 쇼핑몰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실제로 최근 문을 연 타임빌라스 수원점(옛 롯데몰)은 테넌트 매장 비중을 확실히 늘린 롯데쇼핑의 차세대 모델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통업체가 매입해 직접 MD를 구성하고 판매를 책임졌지만, 지금은 인기 브랜드를 유치해 임대료와 매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위험은 줄었지만 브랜드 경쟁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게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도 매장 아닌 입점 브랜드 먼저 봐

변화의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쇼핑 행태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유통 매출은 전년 대비 7.8% 증가했지만, 오프라인은 0.1% 감소하며 코로나19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은 15.8% 성장하며 전체 유통 매출의 절반(53.6%)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소비 심리 위축도 겹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매업 경기전망지수는 상반기 내내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게다가 이제는 대부분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최소 반나절 후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가 굳이 단순 구매만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도 ‘00마트에 뭐가 있냐’가 아니라 ‘00마트에 다이소 있냐’를 먼저 묻게 됐다. 백화점 역시 “00백화점이니까 믿고 간다”는 인식 대신 “거기 올리브영 입점했대”라는 말이 더 강력한 구매 계기다.

임대료 수익 안정적이지만, 브랜드 갱신 실패 땐 위기

임대업화는 유통업체 입장에서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직접 상품을 매입해 재고 리스크를 지는 대신, 공간을 브랜드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모델이라 안정성이 높다. 실제로 이 같은 구조 전환 덕분에 일부 유통사는 상품 매출이 정체돼도 임대료 수입으로 방어가 가능하다.

다만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맞춘 브랜드 갱신에 실패하면 공실률과 매출 정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브랜드의 힘에 지나치게 기대는 구조는 결국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 구매보다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나 인기 브랜드를 찾아 다닌다”며 “이 때문에 유통사 입장에서는 유명 브랜드 확보가 필수 전략이지만, 브랜드에만 의존하면 소비자 트렌드 변화나 인기 하락에 즉시 영향을 받아 공실과 매출 정체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자체 콘텐츠, 차별화된 공간, 기획 상품 등 고유 경쟁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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