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법 리스크’ 종지부 찍나…“‘HBM 쇼크’·‘컨트롤타워 복원’ 갈길 멀다”

시간 입력 2025-07-16 17:50:00 시간 수정 2025-07-16 17: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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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7일 상고심 선고 예정…삼성 “섣불리 예단 않겠다”
사법 리스크 시달린 李, 책임 경영 부재…삼성 경쟁력 위축
HBM 등 반도체 역량 회복 시급…글로벌 위기 타개도 숙제
‘뉴 삼성’ 비전 실현 위해 ‘제2의 미전실’ 부활 필요성 대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이 회장에 무죄를 선고한 만큼, 최고심인 대법인 재판부 역시 무죄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섣불리 어떤 결과도 예단하지 않겠다는 삼성은 지난 10여 년 간 이어져 온 ‘이재용 책임 경영의 부재’가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긴장감 속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16일 재계,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하루 뒤인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상고심 선고는 이 회장이 지난 10여 년 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벗어날지 여부를 가릴 중대 사안으로, 삼성은 물론 재계 차원에서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장기간 지속돼 온 사법 리스크로 인해 오랜 기간 홍역을 치러왔다. 그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래전략실(미전실)의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에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한 분식 회계 의혹도 받았다. 검찰은 삼바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 처리 과정에서 자산 4조5000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하고, 이 회장 등 기소된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지난해 11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 1심과 동일한 수준인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의 강력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올 2월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에게 무죄를 내렸다. 이로써 이 회장은 1·2심에서 완전 무결함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심 판결 후 불과 4일 만에 1·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 회장을 대법원에 상고했다.

비록 검찰의 상고로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이 3심까지 이어지게 됐지만, 이 회장이 1심과 항소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최종 무죄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결과도 예단하지 않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계속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책임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는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재판으로 인해 삼성그룹 경영에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10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재판이 처음 시작된 이후부터 지난해 2월 1심 선고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110여 차례의 심리가 열렸다. 이 중 이 회장은 총 96차례 직접 출석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해 9월 이후 총 네 차례의 항소심 공판과 결심 공판, 그리고 올해 2월 2심 선고 공판까지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이 회장이 사실상 모든 재판에 출석하는 바람에, 반도체 경쟁력 제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지속 투자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법 리스크로 인한 이 회장의 경영 부재는 삼성의 미래 성장을 방해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은 삼성에 있어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족쇄로 그룹 내실을 살피지 못하는 동안, HBM(고대역폭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이 약화한 삼성 반도체는 극심한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삼성 ‘HBM3E’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돼 있고, 대만 TSMC의 독주로 삼성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반도체  위기는 경영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올 1분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익은 1조1000억원에 그치며 충격을 안겼다.

올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DS 부문의 2분기 영업익은 1조원대 또는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당초 2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던 2분기 영업익을 최근 4000억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대외적인 경영 환경도 녹록치 않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품목별 관세 등을 잇따라 부과하겠다며 통상 질서를 뒤흔들고 있고, ‘반도체 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조짐까지 보이는 등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대내외에 닥친 글로벌 복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이 회장의 책임 경영 기반을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 내에 ‘제2의 미전실’이 재건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을 보좌하며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복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각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TF 체제가 삼성의 실적 부진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의 모든 부서가 제각기 따로 분리돼 유기적인 협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과거처럼 일사 분란함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의 주력 사업 차질로 이어졌다는 게 삼성 안팎의 판단이다.

재계도 삼성이 통일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부활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 굴지의 그룹들은 대부분 컨트롤타워를 통해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LG의 경우 지주사인 LG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사안을 계열사에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SK도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를 통해 계열사들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현재의 TF 체제로는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미전실에 준하는 그룹 내 컨트롤타워를 부활시켜 이 회장이 그룹을 효율적으로 총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역시 대내외적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삼성그룹에 컨트롤타워를 재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찬희 준법위원장은 “어떤 사안에 있어서 준법위가 정말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돛단배에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한데,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다”며 “개인적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책임 있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등기 이사 재선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책임 경영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은 “삼성은 최고 경영진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 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3월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이 회장의 책임 경영 회복 수순은 수포로 돌아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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