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산 자동차 관세 25%에서 더 올릴 수 있어”
현대차 비관세 재고 소진 임박…가격 경쟁력 하락 우려
상호관세도 부담…“새 정부, 기업 관세 부담 낮춰줘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 관세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또다시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대미 관세 협상을 앞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추가 인상 압박은 비관세 재고 소진을 앞둔 현대차·기아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이 보유한 비관세 재고를 이달 말 모두 소진하면 현지에서 수입차 25% 관세 영향권에 진입하게 된다. 지난 4월 기준으로 3.1개월 치 재고가 있었지만, 관세 부과로 가격 인상을 우려한 사재기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전기차 의무화 조치를 폐지하는 법안 서명식에서 “나는 우리 자동차 노동자들을 더 보호하기 위해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 관세를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를 높일수록 그들이 이곳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3일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부과하고 있는 25%의 품목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수입차 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결국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큰 만큼 현실화 여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지난 3월 12일부터 적용한 25%의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를 지난 4일부터 2배인 50%로 갑자기 인상한 전력이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수입차 관세를 추가로 올리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지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8억4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32% 급감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주도하는 현대차·기아가 현지 재고 소진으로 미국 내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가운데 관세 추가 인상은 수출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능력이 미국 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은 한국의 자동차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80%를 넘는 한국GM은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현지 투자 증가와 맞물려 철수설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한국 유일이자 글로벌 3위 자동차 그룹인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에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 산업·에너지 부문에 총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고,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도 추진한다.
이처럼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를 부과받는 물량 자체를 줄이면서 제철소 건립 등 수직 계열화로 원자재 관세 여파도 피하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로드맵이 현실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관세 추가 인상 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새 정부 들어 대미 관세 협상을 시작하는 한국 통상 당국에도 미국의 관세 추가 인상 예고는 상당한 부담이다. 통상 당국은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된 25%의 품목 관세와 다음달로 예고된 25%의 상호관세를 면제받거나 최대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협상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수출품에는 현재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미국이 관세 부과 유예기간으로 정한 다음달 8일 이후에는 15%가 더해져 모든 대미 수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물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과 미국의 관세 압박이 맞물리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능하면 빠른 방미로 한국의 역할을 어필하는 등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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