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칩 큰손’ 사우디 확보했다…SK·삼성도 ‘사우디 특수’ 반사효과

시간 입력 2025-05-14 17:02:45 시간 수정 2025-05-14 17: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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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서 최신 AI 반도체 공급 계약
사우디 기업 휴메인에 블랙웰 기반 ‘GB300’ 1만8000개 이상 판매
AI 칩 수십만개 추가 구매 예정…엔비디아, 사우디발 호재 ‘웃음꽃’
‘HBM 최강자’ K-반도체도 ‘사우디 특수’ 기대… SK·삼성에 ‘기회’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2만개에 육박하는 최신 AI 칩을 공급키로 했다. AI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우디는 향후 수십만개의 AI 반도체를 더 사들인다는 입장이어서 엔비디아의 AI 칩 출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엔비디아발 AI 반도체 대량 공급 소식에 필수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도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장,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K-반도체가 AI 칩 특수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게 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13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사우디에 1만8000개 이상의 최신 AI 반도체를 공급한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현지 기업 휴메인(Humain)과 최신 AI 칩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자사의 최신 AI 칩 중 하나인 블랙웰 기반 ‘GB300’을 휴메인에 1만8000개 이상 판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해당 칩은 사우디 내에 건립되는 500MW급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메인은 사우디 국부펀드 소유로, AI 모델 개발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휴메인은 앞으로 수십만개의 엔비디아 GPU를 꾸준히 구입한다는 계획이어서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AI 칩 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사우디에 AI 칩을 대규모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급격히 치솟았다. 엔비디아는 종가 기준 129.93달러로 장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인 123.0달러 대비 5.63%나 증가한 수치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13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가 사우디에 첨단 GPU를 대량 공급한다는 소식에 K-반도체도 주가가 오르고 반사효과를 톡톡히 봤다. AI 칩 구동에 필수인 HBM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42.4%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합산은 94.9%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K-반도체가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 덕분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첨단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SK하이닉스는 HBM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에는 업계 최고 성능의 5세대 HBM ‘HBM3E’를 개발하며 ‘AI 메모리 최강자’로 우뚝 섰다.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한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하며 ‘HBM 1등 굳히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HBM3E 12단 공급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이에 올 2분기 HBM3E 12단 제품의 매출 비중은 HBM3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K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강화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HBM4 12단 제품을 올 하반기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SK하이닉스는 올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게 HBM4 12단 샘플을 공급하며 시장 선도적 지위를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HBM4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중 내년 물량을 ‘완판(솔드아웃)’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오랜 기간 엔비디아와 끈끈한 밀월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HBM4 납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CES 당시 황 CEO와 만나 나눈 대화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내 SK 공동 전시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황 CEO와 만나 사업 관련해 여러 논의를 했다”며 “(기존에는) 엔비디아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헤드 투 헤드로 서로 빨리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SK에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내준 삼성전자 역시 HBM 역량 제고에 사활을 건 상태다. 삼성은 지난해 2월 24Gb D램 칩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한 업계 최대 용량의 36GB HBM3E 12H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다만 엔비디아에 HBM을 아직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에게 있어 상당한 취약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삼성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성능을 더욱 높인 5세대 HBM ‘HBM3E’ 개선 제품을 양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올 2분기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삼성은 HBM4를 서둘러 양산해 SK를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 삼성 반도체는 HBM4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c(10나노급 6세대) 기반 HBM4는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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