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어 마이크론에도 밀렸다”…삼성전자, HBM 2위도 ‘위태’

시간 입력 2025-04-28 16:51:31 시간 수정 2025-04-28 16: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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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최근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
SK 이어 두 번째…삼성만 아직 통과 못 해
‘HBM 역량 부족’ 삼성, D램 시장 입지 흔들
SK에 ‘D램 1위’ 내주고 마이크론에 추월 위기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부으며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최근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는 등 마이크론의 HBM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마이크론이 HBM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K-반도체가 주도 중인 글로벌 HBM 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의 거센 추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 ‘HBM3E’ 12단 제품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AI(인공지능) 가속기 블랙웰 기반 ‘GB300’에 탑재할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지난달 열린 2025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3E 12단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며 “용량과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HBM3E 12단 제품이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며 “HBM3E 12단은 엔비디아의 GB300에 맞춰 설계됐고, 이에 대한 고객 인증에서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공급한 두 번째 업체가 됐다.  마이크론의 HBM 기술력이 삼성전자를 앞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 HBM3E 12단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성능을 더욱 높인 HBM3E 개선 제품을 양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올 2분기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산호세사옥.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와 더불어 엔비디아의 HBM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면서 향후 글로벌 HBM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전 세계 HBM 시장에서 꼴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 등이었다.

당장은 마이크론이 K-반도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1위인 SK와의 점유율 격차는 무려 47.4%p에 이르고, 2위인 삼성과는 37.3%p나 된다.

그러나 이번에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가 독점해 왔던 엔비디아 HBM3E 12단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마이크론의 HBM 영향력은 급속도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이는 유일하게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미 HBM을 포함한 전체 D램 시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6%로, 1위에 올랐다. 점유율 34%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2위로 밀려났다. 마이크론은 25%를 기록했다.

SK가 삼성을 따돌리고 메모리 최강자에 등극한 것은 AI 시대 최대 효자 품목인 HBM 덕분이다. HBM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해 온 SK하이닉스는 지난 30여 년 간 ‘메모리 1등’을 지켰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 세계 D램 시장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마이크론 역시 HBM 호황에 힘입어 삼성과의 간극을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 격차는 16.9%p였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9%p로 대폭 축소됐다. 이는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HBM3E 8단을 공급하는 등 HBM 영항력 확대에 주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HBM3E.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삼성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의 위상이 급속도로 위태로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부회장은 “AI 경쟁 시대에 HBM이 핵심 메모리인데,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다”고 삼성 HBM의 경쟁력 약화를 시인한 바 있다.

위기를 의식한 삼성은 조직 개편, 기술 개발 등 필수 토대를 마련했다며 HBM 역량을 서둘러 제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크 통과에 난항을 겪으면서 전 세계 D램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갈수록 쪼그라 드는 모양새다.

현 추세대로라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빼앗긴 D램 1위 자리를 재탈환하기는 커녕 마이크론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생산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지난해 8월 인수한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 AUO의 공장 2곳을 HBM 생산을 위한 D램 기지로 리모델링을 마친 뒤 올해 가동에 나서기로 했다.

또 올해 초에는 싱가포르에 10조원을 투자해 HBM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내년 가동이 목표다. 미국 아이다호주와 뉴욕주에도 공장을 증설 중이다.

아울러 일본 히로시마에 짓고 있는 HBM 등 D램 생산 공장도 당초 목표를 1년가량 앞당겨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생산 능력 확대뿐만 아니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인재 수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생산 거점에서 근무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소속의 반도체 엔지니어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삼성은 HBM3E 개선 제품을 본격 양산해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차세대 제품인 6세대 HBM ‘HBM4’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 마이크론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목표다.

증권 업계에서는 HBM 경쟁력 확보 여부에 삼성 반도체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b(10나노급 5세대) DDR5, 1a(10나노급 4세대) HBM3E 제품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삼성 메모리 경쟁력 및 실적 개선 여부는 HBM3E 12단 개선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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