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저성장 시대; 500대 기업 초고속 성장 명과 암’ 발표
“기업 퀀텀점프, 시장·기술·제품서 혁신 모멘텀 선도한 결과”
“혁신 주도·시장 개척·플랫폼·M&A 성장 등 통해 고속 성장”

대내외 경영 환경이 어려운 와중에도 최근 5년 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한 국내 기업이 5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배 이상 확대된 기업도 13곳이나 돼 우리 기업들의 ‘퀀텀점프(비약적 실적 개선)’ 역량이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 기업은 대내외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변곡점에서 내·외부의 파도에 무너진 경쟁사들과 달리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점프하듯이 고속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 대표·전 CEO스코어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CEO스코어데일리 산업·정책 포럼’에서 ‘저성장 시대; 500대 기업의 초고속 성장 명과 암’이라는 주제로 한 기조 발표에서 단기간에 퀀텀점프를 달성한 기업들의 성공 요인뿐만 아니라 역성장 기업들의 패착을 진단했다.
김 전 대표는 500대 기업의 고속 성장과 관련해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들은 사실 단순히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이 굉장히 중요하고 필연적이다”며 “일례로 미국 아마존이 10여 년 이상 적자를 냈지만 퀄리티 혁신을 통해 한번 흑자가 나기 시작하니까 급속도로 퀀텀점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초고속 성장은 시장과 기술, 제품에서 혁신 모멘텀을 선도한 결과물이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혁신이 어디서 나오며, 그것이 이익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먼저 김 전 대표는 CEO스코어의 2019~2024년 최근 5년 간 500대 기업 중 고속 성장 기업 분석 자료를 토대로 퀀텀점프 기업에 대해 조명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지난해 매출액이 400% 이상 증가한 기업은 전체의 3.2%인 13곳으로 조사됐다. 이 중 매출 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은 쿠팡, 단 한 곳이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평정하며, 2019년 매출액 7.2조원에서 지난해 435% 성장한 38.3조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김 전 대표는 “쿠팡 같은 회사는 우리나라 유통업의 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 왔다”고 평가했다.

매출액 규모 10조원 미만 기업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포스코플로우, CJ올리브영, SGC에너지, 우아한형제들, 한화에너지 등 12곳이 4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100~400% 성장한 기업도 44개나 됐다. 이 중 매출 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은 다우기술, HD현대중공업, LG이노텍, SK하이닉스, E1,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9곳이었다. 매출 규모가 10조원 미만인 에코프로비엠, KG케미칼, 씨에스윈드, 셀트리온, 카카오, 크래프톤, KCC 등도 5년 간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최근 5년 동안 매출액이 급감하며 역성장한 기업도 68곳(16.7%)에 달했다.
매출액이 10조원을 웃도는 이른바 ‘10조 클럽’ 기업도 대폭 늘었다. 2019년 39개사에 그쳤던 10조 클럽 기업은 지난해 59개사로, 20곳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0조 클럽에 신규 진입한 기업은 21곳이나 됐다. 국내 AI(인공지능) 대표 주자인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2019년 매출액 6조5930억원에서 2024년 10조738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10조 클럽에 처음 합류한 것을 비롯해 △쿠팡(2019년 7.2조원→지난해 38.3조원, 435.4%) △다우기술(2.9조원→11.6조원, 300.6%) △HD현대중공업(5.5조원→14.5조원, 165.5%) △LG이노텍(8.3조원→21.2조원, 155.4%) △SK하이닉스(27조원→66.2조원, 145.2%) 등도 새로 10조 클럽 타이틀을 달았다.
이를 두고 김 전 대표는 “네이버, 쿠팡, LG이노텍, SK하이닉스 등 이미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폭 성장해 10조 클럽 기업에 신규 진입했다는 점은 대단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중 서비스 기업인 네이버가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고 서비스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이야기해 주는 아주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고 전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퀀텀점프 기업의 고속 성장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됐다. △신시장·신사업 진출 △자체 역량 강화 △기업 간 협력 및 M&A(인수합병) 등이다.
이를 살펴본 김 전 대표는 해당 세 가지 유형을 전략적 관점에서 네 가지로 재분류했다. 김 전 대표는 “현재의 기업이 미래에도 성장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과 고객에게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느냐, 아니면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을 해 그것이 시장과 고객으로 연결되느냐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다시 한번 세분화하면 혁신, 제품·서비스, 플랫폼, 시장·고객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혁신이야말로 100년이 가든 200년이 가든 새로운 형태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기초 체력이다”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SK하이닉스, HD현대중공업, LG이노텍, 에코프로비엠, CJ올리브영 등을 꼽았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신사업에 진출한 시장 개척형 기업은 네이버, SGC에너지, E1, 대림, KCC 등이었고, 쿠팡,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컬리 등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기존 산업 질서를 바꾼 고속 성장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또 김 전 대표는 “시장 확대 및 역량 강화 차원에서 실행하는 전략적 M&A가 주력 사업을 확장시켰다”고 보고, M&A 성장형 기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너지, SK쉴더스, 하이브, 다우데이터, KG케미칼, 씨에스원드 등을 거론했다.
김 전 대표는 초고속 성장을 달성한 대기업의 전략적 분류를 통해 “기업이 퀀텀점프하느냐 마느냐는 시장, 고객, 기술의 변곡점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디지털 격변의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 새로운 기업들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의 질서를 바꾸며 업계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며 “플랫폼 기반 사업이 기업의 고속 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기초 체력인 혁신이 따르지 않고선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갖고 있는 핵심 경쟁력 제고에 힘쓸수록 고속 성장할 수 있다”며 “여기에 시장의 성장 속도를 크게 앞질러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M&A도 퀀텀점프에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크게 격변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서둘러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오늘날 글로벌 경제 질서는 지정학·기정학·자정학적 역학 구조로 재편됐다”며 “지리적인 위치·관계가 국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 기술 패권이 국제 정치를 좌우하는 기정학, 천연 자원이 국제 정치의 변수가 되는 자정학 등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역학 구조는 소위 안보와 경제 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며 “이러한 상황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잘 성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저성장 시대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까지 세계 경제에 혼돈이 극심하지만 이런 일들은 꼭 한번씩 왔었다”며 “이에 우리 기업은 당면 위기에 단순히 대처할 게 아니라 새로운 기회 요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눈앞에 닥친 변곡점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어떤 전략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15년 후에 우리 기업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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