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대중 관세율 145% 책정…이외 국가는 90일간 유예
삼성·LG, 멕시코서 북미향 TV 대부분 생산…관세 영향 비껴가
미국 온·비지오, 중국 TCL, 중국 공장 운영…“미국업체 관세 노출도 높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중국 TV 업체들이 큰 타격을 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멕시코에서 북미향 TV를 전량 생산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주요교역국 57개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나, 9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예 기간 동안 10%의 기본 관세를 유지하며 각국과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국에 대해서는 145%의 관세폭탄을 유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본격화 되면서, 북미 지역으로 TV를 수출해온 메이커들의 지형도도 급변하고 있다. 북미는 세계 최대 TV 시장으로, TV 제조사들의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시아에 따르면, 올해 북미 지역 TV 시장 매출은 22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북미 TV 시장은 한국과 미국, 중국 기업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북미 TV 시장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 온(Onn), TCL, 하이센스, LG전자, 비지오 순으로 추정된다.
온은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자체 TV 브랜드이다. 비지오는 월마트의 자회사로, 중저가 보급형 TV를 주력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중국의 대형 가전 업체다.

삼성전자가 7일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연 신제품 출시 행사 '언박스&디스커버 2025'에서 모델들이 AI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향 TV 제품의 대부분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관세조치 영향을 비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에서 TV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삼성, LG는 향후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생산지 다변화 등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일 열린 인공지능(AI)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미국 수출용) TV 대부분은 멕시코에서 생산된다”며 “세계 10곳에 생산거점이 있어 생산거점을 통해 관세로 인한 파고를 넘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에 TV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온과 비지오 등은 당장 높은 관세 부과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은 TV 물량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일부는 태국에서 생산 중이다. 비지오는 중국과 대만에서 주문자생산부착(OEM) 방식으로 TV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관세 도입과 관련해 북미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일부 기대가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 업체들이 오히려 관세 노출도가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의 경우 중국에서 북미향 TV를 생산 중인 TCL이 관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TCL은 중국과 멕시코에 TV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하이센스는 멕시코에서만 북미향 TV를 생산 중이다.
TV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멕시코가 당분간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두고 있는 업체들도 대중 관세 영향권에 들면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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