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상호관세에 시장불안 확산…고개 드는 4월 금리인하론

시간 입력 2025-04-10 17:56:57 시간 수정 2025-04-10 17: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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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낮춰 잡는 해외 IB…0%대 전망도
높아진 시장 변동성, 금리 인하 시기는 여전히 엇갈려
고환율·가계부채 등 산적…4월 동결·5월 인하론도 ‘여전’

미국의 강력한 상호관세 조치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가 나오며 일주일 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에서의 통화 정책 속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고환율과 가계부채 등의 불안요인이 여전한 만큼,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엇갈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올해 2월에도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0.25%포인트 내린 2.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건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금통위 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재 힘이 실리고 있는 쪽은 4월 금리 인하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도 높은 상호관세 정책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경기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2.0%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내전을 겪으면서 경제가 붕괴된 미얀마(1.1%)를 제외하면 아시아 중 최하위 수준이다.

ADB는 지난해 9월 한국의 2024년 성장률을 2.3%로 내다봤으나, 같은 해 12월 성장률 전망을 2.0%로 0.3%포인트 내렸다. 이번에 재차 0.5%포인트를 하향 조정하며 다시금 낮춰 잡았다. 이는 상호관세 정책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이러한 내용이 반영될 경우 한국의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 역시 한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1%에서 0.2%포인트 낮춘 0.8%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씨티는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은 미국의 예상보다 강한 상호관세를 반영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0~1.3%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JP모건은 이미 0%대의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7%로 일주일 만에 하향 조정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큰 폭의 미국 관세 인상을 비롯해 국내 정책 환경과 대외 악재가 빠르게 전개됨에 따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정책 전망을 추가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인상과 하반기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수정 전망을 반영하면 올해 남은 기간 실질 수출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연간 실질 수출과 제조업 GDP 성장률이 거의 정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함께 금통위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쳤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최종금리는 내년 2분기까지 연 1.5%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한국은행은 보다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5일 서울 중구 소재의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처럼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쏘아올린 공으로 2월 금통위 이후 급격하게 후퇴했던 4월 금리인하설이 재확산되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초 한은 전망 시나리오에 비해 미국은 높은 관세율을 발표했고, 일부 국가는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은이 지나 2월 금통위에서 제시한 비관 시나리오에 가까운데, 비관 시나리오에서 한은이 전망한 올해 및 내년도 성장률은 더 하향 조절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은 총재의 스탠스 변화와 경기 둔화 압력 심화 등을 감안했을 때, 4월 금통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고환율 등 방해요인이 산적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경기방어가 시급한 만큼 4월 조기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회복의 지연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원화의 저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반대로 달러화의 위상 자체가 이전대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원·달러 환율의 상방을 제어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점을 고려할 때 고환율에 대한 한은의 민감도는 이전 대비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며, 경기방어의 시급성을 고려한다면 4월 조기인하도 가능함을 의미한다”면서 “이번 4월 금통위는 금통위원 내에서도 상당한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고환율과 가계부채 등의 요소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는 만큼, 4월보다는 5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치솟은 서울 집값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핵 인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에도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문제가 부각된 상황으로 인해 2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라며 “4월보다는 5월에 기준금리가 2.50%까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부동산 신용 집중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하며 가계부채 축소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면서 “이 총재는 한은 총재로 취임한 직후부터 가계부채 및 금융안정에 대한 강조를 해 왔는데, 지난 3월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 직후 4월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부연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금리 인하 효과와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 신중한 대응을 우선시할 것”이라면서 “4월 동결 만장일치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는 그간의 인하와 가계부채 증가 등을 고려해 동결 결정을 하겠으나, 5월과 8월에 성장률 하향 조정 등과 함께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하 기대 또한 유지되고 있는 점도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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