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연간 이자비용 1년새 1조원씩 늘어…이자비용 부담↑
기준금리 인하돼도 반영되기에는 시간 걸려…관련 부담 지속 전망

카드업계의 연간 이자비용이 첫 4조 규모를 돌파했다. 금리 상승에 따라 신규발행 여전채(여신전문금융채권)와 만기도래 채권간의 금리 격차가 커진 만큼, 차환 발행 시 카드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치솟은 조달 비용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조금씩 조달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나,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이자비용 부담을 벗어나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이자비용은 4조42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8267억원)보다 15.58% 증가한 수준이다.
카드업계의 이자비용은 매년 큰 폭 증가했으나, 4조원대 수준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개 카드사의 연간 이자비용을 살펴보면 △2018년 1조8266억원 △2019년 1조9342억원 △2020년 1조9059억원 △2021년 1조9285억원원 등 꾸준히 1조9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2년 들어 2조3722억원으로 첫 2조원대를 찍더니, 이후 2023년 연말께는 3조8267억원까지 오르는 등 해마다 1조원 이상씩 오르며 부담에 시달렸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의 1년새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연간 이자비용은 71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5640억원)보다 26.86% 증가한 수준이다.
롯데카드 역시 1년새 20%대의 증가폭을 보였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연간 이자비용은 7266억원으로, 전년 동기(5814억원)보다 24.9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카드사들 또한 1년새 이자비용이 일제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KB국민카드 7266억원(전년 대비 14.71% 증가) △우리카드 4250억원(14.22% 증가) △신한카드 9618억원(11.63% 증가) △하나카드 3537억원(8.10% 증가) △삼성카드 5138억원(5.50% 증가) 등의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이처럼 카드업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난 데는 길어진 고금리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의 경우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는 만큼,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자 카드사 역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말 1.287%에 불과하던 여전채 금리(3년물, AA+ 기준)는 2021년 말 2.372%로 오르기 시작하더니, 2022년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한때 6.088%까지 올랐던 여전채 금리는 2022년 말에도 5.536%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결정된 후에는 하락세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첫 금리 인하가 결정된 지난해 10월 11일 여전채 금리는 3.365%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또 한 번의 금리 인하가 결정됐던 11월 28일에는 3.116%까지 내려갔다.
특히 올 2월 기준금리가 2년 4개월 만에 2%대에 접어들며 여전채 금리 하락세에도 탄력이 붙었다. 2월 24일까지만 해도 3.016%를 유지하던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진 25일 3.002%까지 떨어지더니, 26일에는 2.994%로 2%대까지 진입했다. 이와 같은 기조는 최근까지도 이어지며 8일 기준 여전채 금리는 2.831%까지 내려섰다.
하지만 금리 인하분을 반영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의 경우 3~5년물 카드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미 여전채 금리가 크게 올랐던 2022~2023년 당시 발행했던 채권의 물량이 다수 남아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는 물론, 불법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겹치는 등 불안정한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카드업계의 조달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는 주로 3~5년물 카드채 발행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난 2022년~2023년 들어 조달시장 불안과 금리 상승으로 인해 단기물 물량이 증가하고 지급이자도 늘어난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들어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조달 환경이 구성됐으나, 다시 국내외 경제여건으로 금융불안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어 자금시장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모니터링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 만큼 카드사들은 카드채 외에도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2월 4억달러(한화 약 56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방식으로 발행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롯데카드도 지난달 3억달러(한화 약 4311억원) 규모의 ESG 해외 ABS를 발행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여건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만기구조를 다양화하거나 장기화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국내외 ABS와 해외채 등 조달 수단과 투자처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사업영역도 수익성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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