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대출 43조 육박 ‘역대 최대’, 연체율도 10년 만에 최고치

시간 입력 2025-03-23 07:00:00 시간 수정 2025-03-21 17: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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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1.65%…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
카드론 잔액 달마다 최다 수준 경신…대손비용 부담

카드업계의 카드론 잔액이 43조 규모에 육박하며 또 한 번 역대 최다 수준을 경신했다. 카드업계의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쓴 가운데, 대출성 상품 잔액마저 지속 증가하며 카드업계의 대손 부담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대환대출 포함)은 1.65%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63%)보다 0.02%p(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카드업계의 연체율은 지난 2022년부터 3년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연체율의 지속 상승세가 이어지며 카드업계의 연체율은 2014년(1.69%)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게 됐다.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의 비중도 커졌다. 카드사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1.16%로, 전년 말(1.14%)과 견줘 0.02%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업계의 NPL비율은 2022년 말 0.85%에서 2023년 말 1.14%로 1년 만에 0.29%포인트 급등하더니, 지난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금융기관은 자산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눈다. 이 가운데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된 여신 합계액을 총여신으로 나눈 비율을 NPL비율이라 부른다. 해당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채권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데는 카드론 등 대출성 상품 판매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카드대출 이용액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드대출 이용액은 104조9000억원으로, 전년(102조원) 대비 2.9% 증가했다.

특히 카드론 이용금액이 크게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NH농협카드를 포함한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 규모로, 또 한 번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월 말(42조7310억원)보다는 0.60%, 전년 동기(39조4744억원)보다는 8.90% 급증한 수준이다.

카드론 잔액이 늘어나자 혹시 모를 연체에 대비한 대손비용도 덩달아 증가하며 카드업계는 수익성 증대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5910억원으로 전년(2조5823억원) 대비 0.3%(8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수익으로 인해 총수익이 늘어났으나, 대손비용 역시 크게 늘어나며 이를 상쇄한 것이다.

카드사 차원에서는 신용판매로 인한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성 상품 판매 등 새로운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만 카드론의 경우 중·저신용자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만큼 연체 가능성이 높아, 수익이 늘더라도 카드사 차원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가 맞물리면서 차주의 부채 상환 여력이 약화되자 연체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으로 연체율 관리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경기 회복 시점부터 연체율 개선흐름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개인 채무자보호법의 영향으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여지도 남아 있는 실정이다. 개인 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채권 추심 횟수가 제한되고, 채권 회수에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져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골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 수준이 높고 대손비용도 충분히 쌓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건전성을 위험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자영업자와 저신용차주 등의 상환여력이 저하되고,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회수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건전성 지표의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출성 상품 판매를 통해 부족한 수익성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부터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 504만 곳에 수수료 인하를 적용한 만큼, 카드사의 수익성은 점차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25년 중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개편, 오프라인 간편결제 수수료 논의 등에 따른 카드사 수익성 변화와 비카드 여전사의 수익성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경·공매 등을 통한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지도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므로 여전사 유동성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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