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시행
가전 부품 등 파생 상품도 포함…가전업계 원재료 부담 가중
내달 2일 멕시코 관세 적용 전망…삼성·LG 멕시코 생산기지 비상
미국 가전시장 1·2위 LG·삼성…“통상제재 대상 가능성 높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긴 데 이어,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부문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될 조짐이다. 특히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를 공식화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세 전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주요 품목에 관세가 매겨질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CEO스코어데일리는 트럼프발 관세대전이 반도체, 가전, 배터리 등 국내 주요 수출품목에 미칠 리스크를 점검하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고자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과 함께 미국내 투자유치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에 생산라인을 분산 배치하고 있는 주요 기업의 대응전략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인 관세 압박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가전 양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전 제품의 주 원재료인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시작된 가운데, 양사의 가전 생산 기지가 위치해 있는 멕시코에 대한 관세 조치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업계도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양사가 미국 가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당장, 이미 시행에 들어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적용으로 가전업체들도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효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바탕으로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한국은 협상을 거쳐 236만톤(t) 내에서 면제를 받는 쿼터제를 운영해 왔다. 다만 이번 조치로 기존 쿼터제가 폐기되면서 국내 기업도 대미 수출시 철강, 알루미늄 및 파생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서, 국산 철강을 미국으로 수입해 북미 생산기지에서 가전 제품을 생산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타격이 우려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세탁기 공장을 운영 중이며, LG전자는 테네시주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있다.
철강은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주 재료로 원재료 비용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의 지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부의 철강 매입액은 총 1조3191억원으로 전체 원재료 구입 비용의 11.7%를 차지했다. 주요 매입처는 포스코다.
기존에는 한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산 제품 대비 20% 가량 저렴했지만, 관세 부과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예고한 것과 달리 미국 정부가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등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곧바로 적용하면서 국내 업계 셈법이 더 복잡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철강 관세와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가 내달 2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전 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틀 뒤 행정 명령을 통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 4월 2일까지 시행을 유예했다.
멕시코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표적인 대미 수출 가전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양사는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생산지를 분산하는 등 여러 방면의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창태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지난달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한 제품을 여러 생산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스윙 생산체제를 확대하고, 코스트(비용) 경쟁력 기반으로 최적의 생산지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필요시에는 선행 생산으로 물량을 분산시키고, 유통업체와 협업해 리스크를 최소화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가 미국 가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관세 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가전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21.1%로 매출액 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는 20.9%로 2위를 기록했다. 3, 4위는 제너럴일렉트릭(GE)와 월풀 등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기업의 우수한 경쟁지위를 바탕으로 가전제품군의 대미 무역수지는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트럼프 2기 정부 하에서 통상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신평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5% 관세부과가 예정된 멕시코에서 북미향 수출품목 대부분을 생산하는 반면, 경쟁사인 월풀과 GE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다”며 “따라서 향후 미국 외 지역에 대한 보편적 규제가 이어진다면, 제품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한국기업은 생산지 이전을 고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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