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잠재부실’ 고금리·고물가에 1년새 8000억↑…KB국민은행은 ‘안정’ 관리

시간 입력 2025-03-12 12:00:00 시간 수정 2025-03-12 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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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대 시중은행 요주의여신 7.1조…전년比 13%↑
하나은행, 요주의여신 규모·1년새 증가폭 모두 두드러져
국민은행, 시중은행 가운데 요주의이하여신 비율 감소 ‘유일’

고금리·고물가에 따라 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며 시중은행의 잠재적인 부실 여신이 1년새 8000억 가량 늘어났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가계와 기업을 막론하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잠재부실의 경우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고정이하여신(NPL)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요주의여신 잔액은 총 7조1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조2920억원)보다 8220억원(13.06%) 증가한 수준이다.

시중은행 4곳의 요주의여신이 7조원을 넘어선 것은 4개 은행의 요주의여신 잔액이 모두 집계된 이래 처음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요주의여신은 2015년 말 6조1686억원, 2016년 말 6조5743억원으로 6조원대를 유지했다.

이후 △2017년 말 5조4564억원 △2018년 말 5조9378억원 △2019년 말 5조4911억원 △2020년 말 5조354억원 △2021년 말 5조3093억원 등 5년여 동안 5조원대에서 머무르더니, 2022년 들어 6조원대로 올랐다. 2023년 말까지 6조2918억원으로 6조원 초반 수준을 유지한 요주의여신은 지난해 크게 증가하며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요주의여신이 1년새 가장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요주의여신 잔액은 총 2조474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2조460억원)보다 20.92%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요주의여신 잔액은 전체 은행 가운데 홀로 2조원을 넘어서며 규모와 증가폭 모두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두드러졌다.

뒤이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요주의여신 증가폭이 10%대를 기록했다. 먼저 신한은행의 지난해 요주의여신 잔액은 1조507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310억원)보다 13.22%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요주의여신은 12.90% 증가한 1조6890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역시 전년보다는 요주의여신 규모가 소폭 늘어나긴 했으나, 그 증가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요주의여신 잔액은 1조4440억원으로, 전년(1조4190억원)보다 1.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규모 역시 전체 은행 가운데 가장 작았다.

요주의여신은 통상 고정이하여신(NPL)과 함께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은행 여신은 부실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요주의여신은 여신 분류 기준 가운데 부실화가 진행되기 직전의 여신을 의미한다. 당장 위험 여신으로 보진 않지만 차주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잠재 부실 대출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의 잠재부실 가능성까지 파악하기 위해선 요주의이하여신 비율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전체 여신 중 요주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0.50%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0.47%)보다 0.03%p(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하나은행의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0.71%로, 전체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전년(0.61%)보다도 0.10%포인트 오르며 상승폭 역시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의 경우 0.03%포인트 오른 0.51%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요주의여신은 늘었으나, 총여신이 더욱 빠르게 증가해 요주의여신 증가분을 상쇄했다. 이에 따른 우리은행의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은 0.41%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은행 중 KB국민은행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은 0.36%로, 전년(0.38%)보다도 0.02%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당행이 가진 강점 중 하나인 고도화된 신용평가모델을 기반으로 리스크 기반의 적정수준 자산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에도 금융환경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한발 앞선 리스크관리를 강화해, 성장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고려한 여신자산 포트폴리오 운용을 추진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취약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은행권의 잠재 부실 관리는 올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서비스업 경기 위축이 동반되며 연체율과 신규 부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높은 담보·보증 대출 비중 및 대손충당금 적립률, 본격적인 금리 하락으로 인한 신용위험 완화 기대 등으로 건전성 지표는 개선될 전망”이라면서도 단, 정책지원 대출로 인한 개인사업자 중심의 취약차주 확대, 여전히 높은 금리수준 등 불안요소는 잔존한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 여전히 금융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은행 차원에서도 부실 관리를 보수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당국 역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은행권이 연체 우려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 및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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