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캐즘 등 불확실성 직면한 현재, 위기 아니라 기회”
주요 배터리 업체 CEO, 장밋빛 전망…“내년께 캐즘 해소”
K-배터리, ‘포스트 캐즘’ 대응…미래 배터리 제품·기술 뽐내
LG·삼성·SK, 차세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개발·양산 각축전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배터리의 내일을 살펴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가 성대한 막을 올렸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인터배터리에는 각종 신제품과 첨단 기술을 선보이려는 배터리 관련 업체 688개사가 운집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서도, LG·삼성·SK 등 K-배터리 3사에 관심이 집중됐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배터리가 위기를 타개할 묘수 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K-배터리 3사는 각사 수장들이 참석해 저마다 차세대 신제품·기술력을 선보이고 캐즘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배터리협회)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배터리 행사인 인터배터리 2025를 개막했다.
이날 오전 열린 개회식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장, 신영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위원 등 정부 인사 및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개막식에는 배터리협회장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사장을 비롯해 최주선 삼성SDI 사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 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 박기수 SK온 R&D본부장 부사장, 김동준 LG화학 첨단소재본부장 부사장,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등 배터리 업체 CEO(최고경영자)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김동명 사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인터배터리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며 “특히 700여 개에 달하는 참가 기업 중 4분의 1이 해외 업체일 정도로, 글로벌 무대에서 인터배터리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산업은 현재 캐즘 등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지속 성장하는 인터배터리를 볼 때 현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사장의 발언은 배터리 업계가 캐즘으로 인한 한파를 당장 벗어날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고난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이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도어스태핑 행사에서 발언하고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실제, 이날 배터리 관련 업계 수장들은 내년께 캐즘 한파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캐즘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 같다”며 “이같은 전망에 따라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는 점차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도 “캐즘과 관련해 길게 보는 사람은 5년, 짧게 보는 사람은 1~2년을 얘기하는데, 대부분은 한 3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올해에 이어 내년쯤이면 캐즘이 끝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동명 사장도 캐즘 종료 시점을 내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캐즘으로 인해 크게 부진한 배터리 업황이 언제 반등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올 1분기나 상반기 정도가 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캐즘의 영향에서 벗어나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업황이 회복될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K-배터리는 일찌감치 ‘포스트 캐즘’ 대응에 나섰다.
당장, LG·삼성·SK 등 국내 배터리 대표 3사는 올해 인터배터리에서 차세대 배터리 제품·기술을 대거 공개하고, 캐즘 종료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글로벌 배터리 수요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특히 LG엔솔, 삼성SDI, SK온 등 3사는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를 향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첨병으로 제시했다. 기존에 전동 기구나 소형 기기에 주로 사용됐던 원통형 배터리가 최근 전기차용으로 전격 채택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LG엔솔은 전시 부스 전면에 46시리즈 배터리를 내세웠다. 46시리즈는 LG엔솔의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제품군의 명칭이다. 해당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21700) 대비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최소 5배 이상 높인 것이 특징이다.
김동명 사장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46시리즈를 보면 (LG엔솔이) 제품으로서 업계를 리딩(선도)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런 것을 활용해 경쟁 우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성SDI도 이날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라인업을 전격 공개했다. 삼성은 이달 중 46파이 배터리의 첫 양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최주선 사장은 “지난해 인터배터리에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기술을 소개한 데 이어 올해는 양산 소식을 전하게 됐다”며 “현재 46파이 배터리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샘플까지 공급한 상태로 곧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K온 또한 인터배터리에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선보였다. 이석희 SK온 사장을 대신해 인터배터리에 참석한 박기수 부사장은 “46파이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위해 준비 중이다”며 “내부적으로 생산 기술에 방향성을 잡아서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전시장에서는 차세대 혁신 제품과 첨단 기술도 대거 소개됐다.
LG엔솔이 공개한 CAS(Cell Array Structure) 기술은 46시리즈 배터리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배터리 팩 솔루션으로, 고도화된 냉각 효율과 열 폭주 방지 성능을 갖췄다. 또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제성과 CTP(셀투팩) 기술의 효율성을 결합한 LFP 파우치 CTP, 높은 성능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도 공개했다.
삼성SDI는 화재 위험성이 낮고 주행 거리가 길어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을 선보였다. 삼성은 가장 진보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이 당초 목표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최주선 사장은 “3년 전부터 개발해 온 황화물계 전고체 전해질이 파일럿 스케일에서 과제 성과가 잘 나고 있어서 올해부터 양산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말께 대량 양산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상품화 적용 검토를 완료한 열전파 차단(No TP) 기술도 눈여겨볼 만하다. 해당 기술은 배터리 제품의 특정 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셀로 열이 전파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주는 기술이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 마련된 SK온 전시 부스. <사진=오창영 기자>
SK온은 SK엔무브와 협력해 개발 중인 액침 냉각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액침 냉각 기술은 배터리 셀을 특수 냉각 플루이드에 담가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기술로, 열 폭주를 방지해 화재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액침 냉각 기술이 적용된 SK온의 CTP ‘S-Pack+’는 제조 공정 단순화 및 제품 설계 최적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해 상품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기수 부사장은 “SK엔무브와 협업해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개발 단계까지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액침 냉각 기술과 관련해 완성차 회사와 협업해야 하는 일이어서 현재 접촉 중이다”며 “제품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기수 부사장은 이석희 사장이 SK온으로 온 후 기술 주도형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수 부사장은 “이석희 사장이 연구개발(R&D)에 대한 마인드가 굉장히 강하다”며 “(그는) R&D를 통해 고객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저비용의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간 이석희 사장은 녹록지 않은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배터리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원통형·각형·전고체 등 배터리 라인업 확대, CTP 기술 고도화, ESS(에너지저장장치)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미래 기술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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