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27일 나흘 간 인도 뉴델리·벵갈루루 등 방문
R&D·생산·유통 등 밸류체인 점검…현지 직원도 만나
“확고한 시장 지위 기반 새로운 30년 위해 도약하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인도 벵갈루루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잠재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에서 LG의 ‘제2의 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 전략을 적극 발굴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소비나 생산은 물론 연구개발(R&D)에서도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에서 LG의 위상을 더욱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구 회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간 인도를 방문했다.
구 회장이 인도에 전격 방문한 것은 LG에게 의미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LG는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후, LG화학(1996년), LG전자(1997년), LG에너지솔루션(2023년) 등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진출했다. LG는 30년 가까이 철저한 현지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확고한 시장 지위를 구축 중이다.
그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찾아 R&D·생산·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 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과 만남의 자리로 가졌다.
먼저 구 회장은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의 변화 상황과 생산 전략 방향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LG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주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구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 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다”며 “그동안 쌓아 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이어 구 회장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지속가능한 1등이 되기 위한 방안을 철저히 준비하고 실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뉴델리의 LG브랜드샵, 릴라이언스 등 유통 매장도 방문했다. 구 회장은 채식 인구가 많은 인도 시장 특성을 반영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 AI(인공지능)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세탁물의 종류와 무게를 감지해 인도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사리(Saree)의 옷감을 관리해 주는 세탁기 등 현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살펴보며 차별적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벵갈루루로 이동한 구 회장은 LG Soft India 법인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글로벌 R&D 거점인 인도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살피고, 미래를 위한 글로벌 R&D 전략을 구상했다.
인도 소프트웨어연구소는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가운데 베트남 R&D법인(차량용 SW 솔루션 등 개발)과 함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연구소에는 2000여 명의 현지 개발자가 한국 본사의 가이드를 바탕으로 협업하며 web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SW 등을 개발하고 있다. 1996년 3월에 문을 연 이 연구소는 내년에 설립 30돌을 맞는다.
특히 구 회장은 인도 IT 생태계의 강점과 풍부한 R&D 인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인도는 현재 SW 개발자 500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약 100만명의 공대생을 배출하는 등 폭넓은 IT 인재 풀을 가지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R&D 거점으로 인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도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소프트웨어연구소 연구원들과 만나 “가속화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며 “미래 SW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R&D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꼭 달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 IT 경쟁력, R&D 인력 풀 등을 직접 확인한 구 회장은 인도를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고, 현지 시장 공략을 서두른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전자는 현재 수도권인 노이다와 중서부 지역인 푸네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동남부 지역인 안드라 프라데시에 새로운 생산 시설 설립을 검토해 산업 발전 주요 거점 3개 축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가전뿐 아니라 배터리, 화학, 에너지 분야에서도 투자를 이어간다. LG화학은 올해 신규 공장을 가동하며 고성장 중인 인도 석유화학 시장에 대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초기 단계인 인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한편 구 대표는 인도 일정을 마친 후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이동해 중동 아프리카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도 논의했다. 또 현지 가전 유통 전문 매장을 찾아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고, LG전자 제품의 판매 현황 및 경쟁력 등을 점검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국가별로 경제 수준과 시장 구조에 차이가 커 경쟁이 복잡한 측면이 있지만 성장 기회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LG는 1982년 UAE 두바이에 LG전자 지점을 설립한 후, 현재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LG전자를 중심으로 판매, 생산, 서비스 등을 맡고 있는 12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구 대표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지금부터 진입 장벽을 쌓고, 이를 위한 핵심 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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