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계 저축은행 6곳, 지난해 연간 순손실 1536억원
신한·NH저축은행, 지난해 연간 흑자 기록하며 ‘선방’
올해도 부동산 시장 위축 전망…저축은행 적자 지속될까

충당금 부담에 허덕인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이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늘렸던 것이 수익성에 독으로 작용한 가운데, 올해 역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저축은행업계의 수익성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계열사 저축은행 6곳(신한·KB·하나·우리금융·NH·IBK저축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손실은 15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2041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보다는 적자폭이 줄었으나,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이다.
적자폭이 가장 큰 곳은 우리금융 계열사의 저축은행이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859억원으로, 전년(-419억원)보다도 적자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IBK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손실이 54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IBK저축은행 역시 2023년 249억원 순손실을 냈던 것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하나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은 각각 322억원, 11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다만 하나저축은행의 경우 1년새 190억원 가량 적자골이 깊어진 데 반해, KB저축은행의 경우 1년새 792억원 가량 성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계 저축은행 7곳 가운데 지난해 연간 흑자를 기록한 곳은 NH저축은행과 신한저축은행 2곳에 불과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연간 순익 17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299억원)보다는 120억원 가량 순익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NH저축은행의 경우에는 1년새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NH저축은행의 지난해 연간 순익은 126억원으로, 562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2023년보다 688억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지주계 저축은행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데는 충당금 부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 2018년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를 크게 늘려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불황을 맞으며 저축은행 역시 부담이 커지게 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내놓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정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이 세분화됐다.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변경됐으며, 유의 또는 부실우려로 분류된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정리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낸 것이다.
또한 이미 고정이하로 분류되던 악화우려 사업장 중 사업추진이 곤란한 사업장을 부실우려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회수의문(75%) 수준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이처럼 평가 기준이 강화되며 각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크게 늘었다.
올해 역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저축은행업계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내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투자 전망치는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전망치인 -0.7%에서 -1.2%로 하락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따라 국내 건설업체가 자금을 조달하는 여건이 악화됐으며, 부동산 경기도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최근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고정이하요신 충당금 적립비율을 저축은행별로 최소 50% 이상 유지하라는 방침이 내놓으며, 저축은행권의 대손비용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희재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실여신이 증가하고, PF 사업장의 재평가 등으로 인해 저축은행업계의 PF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다중채무자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대손비용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는 등 수익성 부진 지속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 PF의 추가적인 부실 위험 및 부실자산 정리 부담은 대손과 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영업기반 위축, 위험자산 대손위험 등의 리스크요인이 지속되며 높은 대손부담과 약해진 영업기반은 수익성 회복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