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19일 은행장과 ‘매운맛’ 이후 신년 첫 만남
밸류업·지배구조 선진화 강조…내부통제 강화 당부도
“임종룡 회장 임기 채워야…당국이 금리 직접 관여 안 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국내 은행 수장들을 한 데 불러 모았다. ‘매운맛’을 예고했던 정기검사 발표 이후 처음으로 가진 은행권과의 회동이다.
각종 사건, 사고는 물론 금융사 지배구조와 관련한 강경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 원장은 개별 금융사 경영에 대한 개입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복현, 금융산업 국제 경쟁력 선결 과제 제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20개 국내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은행권의 현안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이 원장은 금융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위한 선결 과제로 △주주가치 제고(밸류업) 및 지배구조 선진화 △자산·상품 쏠림 리스크 관리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 등을 들었다.
그는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은행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손실흡수 능력 확보 등 자본적정성 관리와 자율적인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추를 적절하게 맞춰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또 “경영진의 단기 실적주의에 따른 밀어내기식 영업 관행으로 인해 ELS 등 고위험 상품으로의 판매쏠림이 금융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바 있다”며 “감독당국과 은행권이 함께 마련 중인 개선방안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경영진들이 각별히 신경 써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권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으로 서민 부담을 경감하고 1조4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지속해왔다”면서도 “자금중개자로서 은행권의 역할을 고려해 앞으로도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 대한 자금공급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등 다른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소홀함이 없도록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

◇ 회장 선임·금리 책정 등에 유화적인 입장
이 원장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대한 견해도 내비쳤다. 과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임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등은 모두 용퇴를 결정한 바 있다.
연이어 강경 발언을 이어가던 임기 초반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는 다소 낮아진 모양새다. 이 원장은 이날 “최근의 CEO 선임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 사례 등을 볼 때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우리금융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진 이후 줄곧 임 회장 ‘책임론’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 회장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거버넌스 관련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다소 완화된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 원장 자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이 맞물려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시작됐기 때문으로 비친다. 이 원장은 은행의 금리 책정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이 금리에 직접 관여하면 안 되고 관여하기에도 어려운 구조”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2년 반의 시간을 돌아보면 감독당국과 금융권이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며 “감독당국과 금융권이 원팀으로 서로를 믿고 상호 협력하였기에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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