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인텔 파운드리 품나…‘미·대만 반도체 동맹’, 삼성 파운드리 위상↓

시간 입력 2025-02-17 16:55:52 시간 수정 2025-02-17 17: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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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인텔파운드리서비스 지분 20% 인수 고려 중
‘미국 칩 경쟁력 제고’ 혈안 된 트럼프 대통령 압박 탓
미국·대만 간 밀월 깊어져…파운드리 2인자 삼성 위기
‘실적 개선 절실’ 삼성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비상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대만 TSMC에 미국 인텔 공장을 인수하라고 직접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 요구에 TSMC가 이를 수용하려는 뜻을 내비치면서 미국·대만 간 밀월 관계는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TSMC와 인텔의 동맹 가능성에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 삼성전자의 고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인텔과의 협력으로 파운드리 최강자인 TSMC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TSMC를 따라잡겠다는 삼성 파운드리의 추격 전략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은 TSMC가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부문의 지분 20%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연합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인텔에서 분사할 예정인 IFS 관련 지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TSMC가 지분 인수 방법으로 출자 등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사업부 인수를 고려하고 나선 것은 자국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이다. 앞서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TSMC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로 인해 인텔 공장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TSMC 관계자들과 만나 TSMC와 인텔 간의 협업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논의는 매우 초기 단계로, 양사가 향후 어떤 구조로 파트너십을 맺을지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TSMC가 인텔의 반도체공장을 완전히 운영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보도가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다 구체화된 ‘IFS 지분 20% 인수 가능성’ 소식이 나오면서, TSMC의 인텔 생산라인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TSMC의 행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비위 맞추기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TSMC는 미국 애리조나공장에서 이사회를 열고, 171억4140만달러(약 24조7162억원) 규모의 자본 지출을 승인했다.

TSMC 이사회가 25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에 동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첨단 칩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TSMC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이후 “대만은 우리(미국)를 떠나 대만으로 갔는데, 대만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약 98%를 차지하는 곳이다”며 “그들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에겐 돈이 필요하지 않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그 인센티브는 그들이 25%, 50%, 심지어 100%의 관세를 내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에 대한 고강도 관세 부과 조짐에 위기감을 느낀 TSMC는 대미 추가 투자라는 회유책을 꺼내 드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연합보, 중국시보 등 복수의 대만 언론은 “TSMC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정책에 협조해 미 투자를 늘릴 것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할 때 TSMC가 인텔 파운드리사업부 지분 인수를 또하나의 트럼프 리스크 대응책으로 삼고,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인텔 본사. <사진=인텔>
미국 인텔 본사. <사진=인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칩 역량 강화 의지와 TSMC의 트럼프 비위 맞추기가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미국·대만 간 밀월은 한층 긴밀해지는 모양새다.

TSMC와 인텔 간 협업이 현실화하면 파운드리 2인자 삼성전자의 위상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와 초미세공정 투자를 이어온 인텔이 힘을 합칠 경우 글로벌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4.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9.3%를 기록한 삼성전자로, 양사간 격차는 55.6%p나 됐다. 삼성 파운드리가 TSMC를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다만 인텔은 초미세 공정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인텔은 차세대 선단 공정인 18A(1.8나노)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8A 공정은 고객사로부터 기술력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TSMC와 인텔의 파트너십이 본격화할 경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인텔 동맹의 영향력은 대폭 확대될 공산이 크다. TSMC의 기존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등 뿐만 아니라 주요 빅테크까지 미·대만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 자유시보는 “TSMC가 인텔 공장을 인수하면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다”며 “삼성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에서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태다. 빅테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은 매 분기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가 고전하면서 투자 규모도 줄인 상태다. 이런 와중에 TSMC·인텔 동맹까지 등장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시장 내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의 파트너십이 강화되면 TSMC·인텔 연합에 일감이 집중될 것이다”며 “결국 삼성 파운드리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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