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CSA 보조금 재협상 추진
보조금 지급 규모·특정 조건 등 검토·변경
K-반도체, 천문학적 투자 헛일 되나 우려
반도체 관세도 골치…삼성·SK, 근심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긴 데 이어,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 주요 산업 부문별 관세 부과, 올해 4월 1일 이후 ‘상호 관세’ 부과 등을 잇따라 예고하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조건과 지원 규모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진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CSA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기로 한 정부 보조금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반도체 업체별로 기존의 보조금을 책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요구 사항을 다시 검토하고, 보조금 지급 규모나 특정 조건 등을 변경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CSA 보조금 지급 조건에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조건은 바이든 행정부가 요구했던 것으로, 노조 가입 노동자 고용,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저렴한 자녀 보육 서비스 제공 등을 포함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CSA 보조금 재검토는 한 반도체 기업의 증언에 따라 사실로 드러났다. 대만 실리콘 웨이퍼 제조 업체인 글로벌웨이퍼스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CSA 프로그램 당국은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및 정책들과 일치하지 않는 특정 조건들이 현재 재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글로벌웨이퍼스는 미 텍사스주와 미주리주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웨이퍼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에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웨이퍼스에 최고 4억6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발 보조금 재조정 소식을 접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존 합의 내용을 뒤엎고 특정 조건들을 재협상하기 위해 보조금 지출 중단을 무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재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출 일부를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당장, 반도체 보조금 지급 중단이 현실화하면 K-반도체의 미 현지 생산 능력 확대는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지급이 결정된 수천억~수조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경우, 미 현지 공장 착공 및 생산 지연 등 기존에 세워둔 일정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K-반도체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미 현지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K-반도체의 공격적인 대미 투자에 당시 바이든 행정부도 화답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CSA에 근거해 삼성전자에 47억4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과 5억달러의 대출 지원을 확정 받았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경우, 삼성·SK의 미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 구축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트럼프의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인 관세 부과 압박도 골칫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다”고 밝히면서 주요 산업 부문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한국의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에 까지 확대 적용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삼성·SK 등 K-반도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3억7000만달러 대비 3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미국 내에서 한국산 반도체의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K-반도체의 경쟁력은 빠르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이 지금보다 4.7~8.3%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로, 트럼프 리스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평가돼 온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상황이 나온 것은 아니다”면서도 “계속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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