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자기자본비율 16.8%…1년 전보다 0.4%p 하락
연말 1400원대로 오른 원·달러 환율…은행권 부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불확실성 커져…부담 지속

시중은행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1년새 모두 하락하며 17%대를 유지하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6%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 영향이다. 4대 은행 중 낙폭은 하나·신한·KB국민·우리은행 순이었다.
올해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해 4분기 말 BIS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6.8%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7.2%)보다 0.4%p(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4대 은행의 BIS비율은 1년새 일제히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BIS 비율이 17.2%로 전년(17.9%)보다 0.7%p(포인트)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다만 하락 후에도 17%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신한은행 17.5%(전년 대비 0.6%포인트 하락) △KB국민은행 16.4%(0.3%포인트 하락) △우리은행 15.9%(0.1%포인트 하락) 순이었다.
BIS비율이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좋다고 평가한다. 당국은 이 비율이 최소 13%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간 은행권은 높아진 환율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자본여력을 키우며 자본비율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왔다. 환율이 오를 경우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할 때 규모가 커지게 된다. 특히 외화자산에는 더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만큼,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말 1320원대 수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연말께 지속 1400원대 선을 유지하며 은행권의 부담도 커졌다. 이처럼 연말께 이어짐 환율 상승에 따라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금액이 늘어나고, 이와 함께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이 확대되며 BIS비율 역시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47.5원에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5.9원 내린 수준이나, 지난해 같은 날 1328.1원에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1년새 크게 오른 수준이다.
특히 올 상반기까지도 이와 같은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현실화되며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게 골자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 불확실성 지속 아래, 경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며 “상반기 원·달러 환율의 유의미한 하락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율 상승이 은행의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기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외화자산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 입장에서 달러 강세는 외화자산의 원화환산액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이는 외화 위험가중자산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환율 상승이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여신 포트폴리오의 구성 변화와 자산 증감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은행의 보수적인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고려하면, 중단기적으로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더라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만큼 자본적정성이 큰 폭으로 저하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경우 추가적인 환율 상승 및 달러 강세 장기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이와 관련해 향후 은행의 외화 익스포져 관련 위험관리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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