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韓 AI 칩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 인수 논의
“메타, 인수에 적극적…이르면 이달 내 마무리될 수도”
빅테크 간 AI 반도체 경쟁 가열…AI 메모리 HBM 수혜

AI(인공지능)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쌀’로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간 AI 칩 개발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엔비디아에 맞서 인텔, AMD,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주요 빅테크들이 AI 반도체 개발에 적극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SNS 플랫폼인 메타도 자체 AI 칩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AI 반도체 시장 참전을 공식화했다. 특히 메타는 국내 AI 칩 설계 스타트업을 인수해 첨단 AI 반도체를 제조한다는 구상이어서, 더 주목 받고 있다.
주요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AI 칩 시장에 뛰어 들면서 필수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K-반도체로서는 AI 반도체 특수로 수혜를 톡톡히 누리게 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11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한국의 AI 칩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퓨리오사AI는 현재 여러 기업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며 “메타도 이런 기업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메타의 퓨리오사AI 인수 논의는 이르면 이달 안에 끝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AI 추론·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와 AMD의 엔지니어 출신인 백준호 푸리오사AI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퓨리오사AI는 설립 4년 만인 2021년 첫 번째 AI 반도체 ‘워보이(Warboy)’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8월엔 차세대 AI 칩 ‘레니게이드(RNGD)’를 공개했다.
메타는 자체 AI 칩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퓨리오사AI 인수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타는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비싼 값에 AI 반도체를 구입하고 있다. 문제는 급증하는 AI 수요에 맞춰 AI 인프라를 지속 확대해야 하다 보니 고가의 AI 칩을 더 많이 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는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메타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사활을 걸고, AI 칩 역량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메타는 유망한 AI 칩 설계 업체를 인수해 AI 반도체 경쟁력을 단숨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 CI. <사진=연합뉴스>
SNS 대표주자인 메타가 글로벌 AI 칩 경쟁에 본격 참전하면서 올해 빅테크 간 AI 패권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OT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92%에 달한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 전문지 팁랭크스는 미즈호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AI 분야에서 확실한 선두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앞으로 5년 간 75~90%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다”고 내다 봤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미 대부분의 AI 소프트웨어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이른 시일에 이같은 시장 판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엔비디아는 강력한 AI 칩을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자리 수성을 천명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루빈(Rubin)’을 올 하반기 출시해 AI 반도체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를 맹추격 중인 주요 빅테크도 AI 반도체 신제품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AI 전용 칩 ‘가우디3’를 출시했다. 가우디3는 엔비디아의 ‘H100’보다 전력 효율이 2배 이상 높고, AI 모델을 1.5배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데이터센터에 주로 탑재되는 AI 반도체의 특성상 전력 소비가 큰 만큼 가우디3가 경쟁사 제품 대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 수행 능력도 더 뛰어나다는 게 인텔의 설명이다.
AMD는 사양과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AI 칩 ‘MI325X’를 지난해 말 본격 양산하며 엔비디아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MI350’, 내년 ‘MI400’ 등 차세대 AI 반도체를 연달아 출시하며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MS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자체 설계 칩 ‘마이아100’를 출시했다. MS는 마이아100을 통해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의 생성형 AI 인프라를 한층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MS는 오픈AI에 세 차례에 걸쳐 약 13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는 오픈AI의 모든 서비스를 MS 애플리케이션과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구글은 AI 전용 반도체 TPU(텐서처리장치) ‘v5p’를 전격 출시했다. v5p는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AI 칩이다. 지난해 8월 선보인 TPU ‘v5e’보다 2배가량 성능이 개선됐다. 또한 LLM(거대언어모델) 학습 속도는 이전 제품 대비 3배 증가했다.
구글은 해당 제품을 기반으로 ‘AI 하이퍼컴퓨터’를 구성하고, 제미나이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주요 빅테크가 전 세계 AI 칩 시장 공략에 매진하면서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HBM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K-반도체가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 덕분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SK하이닉스는 HBM의 진보를 주도해 왔다. 2023년에는 업계 최고 성능의 5세대 HBM ‘HBM3E’를 개발하며 ‘AI 메모리 최강자’로 우뚝 섰다.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한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하며 ‘HBM 1등 굳히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E 12단 공급을 대폭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HBM4의 경우 올 하반기 중 개발과 양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연내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도 HBM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2월 24Gb D램 칩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한 업계 최대 용량의 36GB HBM3E 12H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삼성은 올 1월 엔비디아의 HBM3E 공급 승인을 획득하는 등 HBM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기 위한 신호탄을 쐈다. 삼성전자는 HBM3E 개선 제품을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 능력 증대)하는 등 올해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첨단 AI 기술을 토대로 ‘HBM 톱2’에 등극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주요 빅테크의 AI 반도체 개발 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HBM 시장에서의 위상을 더욱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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