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K-반도체·車로 불똥튀나…“반도체 대미수출 최대 8% 감소” 우려

시간 입력 2025-02-11 18:00:00 시간 수정 2025-02-11 17: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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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 부과
관세 대상 확대 조짐…“반도체·자동차 등 관세 검토 중”
삼성·SK, 수익 악화 위기…지난해 대미 수출액 107억달러
K-반도체 “구체적 내용 공개 안 된 만큼 상황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서 25%의 관세폭탄을 부과한데 이어,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 국내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높은 관세부과를 시사하면서 수출 업계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업종에 대한 관세부과가 현실화 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물론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제약사로 피해가 눈덩어리처럼 확산될 전망이다. 당장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요 대기업의 수익성 제고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포고문에 직접 서명하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오늘 단순화한다”며 “예외나 면제 없이 25%의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에 따라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이는 미국에서 많은 업체들이 개업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 부문별 관세 폭탄의 시발점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지난 3일 “조만간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등 산업 부문별로 관세를 매길 것이다”고 선포한지 일주일도 안돼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트럼프의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인 관세 부과 조치는 철강, 알루미늄을 시작으로 전 산업 부문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다”고 밝히면서 추가 관세 부과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한국의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물론 관련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관세폭탄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3억7000만달러 대비 3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K-반도체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미 정부의 대중 관세에 따른 반사이익 덕분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중국 전자 제품의 보안 문제도 한국산 반도체의 수출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실제 미국 내 주요 대학,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산에서 한국산으로 대거 교체한 바 있다.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열풍도 한몫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날로 고도화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첨단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흐름에 수혜주로 부상한 제품이 바로 HBM이다. 

HBM의 인기는 삼성·SK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산 반도체의 인기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K-반도체의 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이 지금보다 4.7~8.3%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일각에선 트럼프발 반도체 관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 현지에 서둘러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K-반도체는 미국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그러나 공장 건립에 생산라인 안정화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K-반도체의 미 현지 생산 거점이 당장 가동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국 삼성·SK는 앞으로 수년 간 반도체 관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관세 부과 방침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장은 어떤 영향이 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와 야적장에 야적된 완성차. <사진=연합뉴스>

반도체에 이어 국내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업계도 관세부과로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만약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돼,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 간 자동차 무역 불균형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다. 자동차 전체 수출 물량의 절반은 미국에서 판매된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달러, 이에 반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21억달러에 불과하다. 

짐 팔리 포드 CEO(최고경영자)는 앞서 자동차 분야의 이같은 무역역조 현상에 대해 “현대차, 기아 등이 사실상 관세 없이 차를 팔고 있다”며 한국산 차량에 대한 관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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