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
지난해 경영권 분쟁 68%, 중소기업에 집중돼
상법 개정안, 행동주의 펀드 경영권 공격 늘려
“합병 비율 산정 방식 개선 등 핀셋 규제 필요”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 <사진=대한상공회의소>
국내 상장사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 시 경영권 분쟁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분쟁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발표한 ‘최근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상장사의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은 지난해 87개사·31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를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59개사(67.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각각 22개사(25.3%), 6개사(6.9%)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분쟁에 덜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2022년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약 35.3%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이 경영권 분쟁 비중의 93.1%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비교적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 구조가 단순한 경우 경영 개입이 용이하며, 분쟁 발생 시 대응 인력과 자금 등이 부족해 경영권 공격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모든 주주를 보호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주주 보호 제고를 위한 법 제도는 행동주의 펀드 등의 경영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피해를 더 크게 야기할 수 있다는 게 대한상의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경영권 공격을 받은 국내 상장사는 대체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의 우호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공시한 87개사 중 중소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2.7%로, 대기업(29.9%), 중견기업(34.5%) 등보다 더 낮았다. 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을 뿐더러 분쟁 발생 시 방어 여건도 불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보고서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논의된 상법상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도입될 경우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공격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후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등의 행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개정안에 포함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는 그 의미가 불분명해 주주들과의 분쟁을 늘리고 기업의 법적 예측 가능성을 감소시켜 경영 불안정성을 늘리게 될 것이다”며 “상법이 개정되면 특히 경영권 공격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부터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써야 할 재원을 경영권 방어에 허비하게 되기 때문에 창업으로부터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육성과 경제 활력 제고는 더 요원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상의 관계자는 “상법 개정 논의 중단을 건의하는 한편, 상법상 일반적·추상적인 규정을 도입하기보다 합병 등 자본 거래에 대해 주가 위주의 합병 비율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등 문제 사례별로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핀셋 규제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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