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카드 증가세 하루 5000장꼴…매몰비용 부담 급증

시간 입력 2025-02-06 08:00:00 시간 수정 2025-02-06 10: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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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CC·애플페이의 역습… 매몰비용 부담 커져”
업계 휴면카드 1600만장 육박…1년새 182만장↑

국내 전업 카드사들의 휴면 신용카드 수가 1580만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약 5000장 가까이 장롱카드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현재와 같은 증가 추세에 따르면 내년 초에는 1600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수익을 보전하고 있는 가운데, 휴면카드 증가에 따른 매몰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4분기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휴면 신용카드 수는 1581만4000장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399만3000장)보다 182만1000장 가량 늘어난 것으로, 하루에 약 5000장씩 늘어난 수준이다.

휴면카드는 기준 시점으로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를 뜻한다. 현금인출과 하이패스 등 부가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휴면 상태는 해제되지 않는다.

전체 카드사 중 휴면카드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현대카드였다. 현대카드의 휴면 신용카드 수는 지난 4분기 말 기준 243만4000장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08만8000장)보다 34만6000장 늘어난 수준이다. 전체 카드사 중 휴면 신용카드가 1년새 30만장 넘게 늘어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했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의 영향이 일부 있을 것으로 봤다. 현대카드가 지난 2023년 3월 국내 카드업계 중 최초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하며 카드 발급량이 크게 늘었으나, 이내 휴면카드로 돌아서는 카드 수 역시 늘었을 것이란 게 골자다. 또 현대카드가 빠르게 늘려왔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역시 휴면카드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전언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늗 “회원이 늘어나면서 휴면카드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뒤이어 신한카드의 휴면 신용카드 수가 232만5000장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215만장)보다 17만5000장 늘어난 수준이다. 증가폭의 경우 8.14%에 그쳐 전체 카드사 중 가장 낮았다.

이밖에 △KB국민카드 220만장 △롯데카드 219만1000장 △삼성카드 205만5000장 △하나카드 169만9000장 △우리카드 168만5000장 △BC카드 122만5000장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카드사의 휴면카드 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정체 없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1분기만 해도 752만9000장에 달하던 휴면카드 수는 이듬해인 2022년 1분기 891만7000장까지 증가하더니, 같은 해 4분기에는 1024만7000장으로 1000만장의 고지를 넘어섰다.

이후 △2023년 1분기 1245만9000장 △2분기 1297만4000장 △3분기 1345만2000장 △4분기 1403만7000장으로 1400만장 △2024년 1분기 1442만4000장 △2분기 1487만7000장 △3분기 1535만8000장 △4분기 1581만54000장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이와 같은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1분기에는 1600만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0년 5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 시행 이후 휴면카드 계약 해지 절차가 변경된 것이 휴면카드 수 증가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이용이 정지되고, 이로부터 9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그러나 당국은 해당 규정에 대해 소비자 불편을 유발하고, 카드사 역시 신규 회원에 대한 모집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판단 아래 지난 2020년 5월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을 폐지하고 유효기간 5년 안에는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21년 1월부터 해당 개정안이 카드사에 적용되며 휴면카드가 더욱 늘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속 증가하는 휴면카드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에는 당국 차원에서도 정리를 위해 나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가 1년 이상 이용하지 않은 본인의 휴면카드를 손쉽게 통합조회하고, 이를 해지하거나 계속 이용을 신청할 수 있도록 ‘내카드 한눈에’ 서비스를 개편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를 통해 휴면카드를 인지해도 각 카드사를 통해서만 해지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어카운트인포 앱 및 홈페이지에서 휴면카드 관리메뉴를 통해 모든 휴면카드에 대한 해지 또는 계속 이용을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휴면카드 수가 늘어나며 덩달아 증가하는 매몰비용이다. 휴면카드로 전화했을 경우 발생하는 매몰비용에는 회원 모집비와 카드 심사, 발급, 배송 등 다양한 비용들이 포함된다. 발급비용의 경우에는 카드마다 소재가 달라 일부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인 체크카드 경우 발급 수수료만 1000~3000원 수준에 달한다.

다만 카드사들은 대부분 해당 발급수수료를 발급 후 일정 기간 내에 한 번이라도 사용할 경우 돌려주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사용 후 휴면카드로 돌아갈 경우 발급비용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천정부지로 늘어나는 휴면카드를 제어하고자 휴면 고객들의 이용을 유도하는 프로모션을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휴면 전환 이전 금융소비자에게 미리 알림이나 LMS 등을 통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휴면카드를 틀어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카드를 발급받은 후 꾸준히 사용해야 발급비나 연회비 등의 측면에서 회수가 가능하고, 카드사 차원에서도 수익성이 올라가게 된다”며 “휴면카드가 늘어날수록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매몰비용이 커져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카드를 이용해야 수익이 발생하는데,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가 증가하면 발급과 유치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져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며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해 많은 카드사들이 지속적인 이용 유도 프로모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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