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금 내기 싫으면 미국에 공장 지어야”
셀트리온·삼성바이오, 현지 생산 시설 투자 검토
존림 사장 “한국보다 비용 더 들어…낮은 효율성”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내 생산기지를 인수하거나 신규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 철강, 반도체 등의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하원 컨퍼런스에서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물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외국 기업들은 이 나라의 성장이나 발전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며 “세금이나 관세를 내고 싶지 않다면 바로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의약품, 철강, 반도체를 관세 부과 산업으로 정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 관세 정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아직 미국 내 생산 공장이 없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설 확보를 놓고 고민 중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관세 정책의 장기적인 대응 전략으로 완제의약품 외에 원료의약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미국 내 생산기지 인수 또는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미국의 정치·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현지 생산 시설 인수 또는 설립을 검토 중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국제 바이오 박람회에 참석해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국내 제약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내 생산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세 인상과 같은 요인은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 미국 내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사는 미국 공장 인수·설립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 한국 공장 증설보다 효율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 공장이 노후화한 곳이 많아 이를 인수해서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새로 짓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미 건립된 공장을 사더라도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감안하면 직접 짓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생산시설 확보까지 적어도 3~4년은 걸릴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한국에 짓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지원 기자 / kjw@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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