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위한 신청서 지난 15일 제출
‘자회사 인수 관련 법 해석·금감원 정기 검사 결과’ 변수
종합금융그룹 도약? …인수 적격성 판단은 당국 손에

우리금융그룹이 한동안 멈춰 있던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 시곗바늘을 재가동했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8월 동양·ABL생명과 1조5493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약 5개월 만의 일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자회사 편입)를 승인해 달라는 것을 골자로 한 신청서를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금융위 위탁을 받아 해당 신청서와 관련한 심사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 심사 결과는 관련 규정상 약 60일 뒤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우리금융, 생보업계 ‘메기’ 되나…자산 52조로 업계 6위
만일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품으면 2014년 당시, 우리아비바생명(현 iM라이프)을 매각한 후 11년 만에 생명보험업에 재진출하게 된다. 또 자산 규모 50조원이 넘는 생보사를 얻어 단숨에 생보 업계 중위권에도 오르게 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총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각각 33조9247억원, 18조4126억원이다. 이 둘의 총자산을 합하면 52조3373억원인데 이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에 이은 여섯 번째 규모다. 경쟁 금융그룹 계열 생보사인 KB라이프의 총자산 31조원보다 20조원가량 많다.
우리금융 입장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는, 현재 90%에 가까운 은행 의존도를 분산할 수 있어서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난해 6월 동양생명,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의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을 놓고 ‘비은행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생보사 인수를 통해 은행 방카슈랑스 영역 확대도 꾀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금융그룹 내 새로운 자금줄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마침 보험사 실적은 새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 시행과 맞물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2657억원을 달성했다. 보험손익은 치매보험, 암보험 등 건강보험 인기에 힘입어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27.2% 늘어난 2334억원을 기록했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671억원을 기록했다.
ABL생명도 약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에 675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73.3% 오른 액수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5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고 투자손익은 689억원으로 104.2% 늘었다.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비중은 2017년 19.5%에서 지난해 42.5%로 7년 동안 23%포인트 끌어 올렸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포스증권을 인수하고 같은 해 8월 '우리투자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단 증권업은 투자매매업 라이선스 본인가가 늦어지고 있지만 비이자 부문 포토폴리오 다양성을 갖추는 데 일조했다. 출범 당시 5년 내 업계 10위, 10년 내 초대형 IB 도약을 계획했다. 이번 생보사 인수가 성사된다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 보험-증권 양날개를 거느리게 돼 명실상부한 4대 금융그룹 면모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 동양·ABL생명 M&A 성공?…돌고 돌아 키는 ‘금융당국’ 손에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했을 때의 사정이 이처럼 긍정적이라고 해도, 둘을 품에 안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결국 금융당국 의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9월 그룹 내 부당대출 문제에 휩싸이면서 금융당국 검사를 받았는데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부당대출 문제가 불거지자,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 검사를 계획보다 앞당겨 지난해 10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실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에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발표를 올해 1월 초로 미뤘다. 그리고 이번 달 들어 2월 초로 재차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위법행위를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위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밝힌 바 있다.
참고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으려면 금융지주 및 자회사 등의 재무 상태, 경영관리 상태 등이 건전해야 한다. 건전성이 미흡할 경우 금융당국은 자회사 편입 승인 시 별도의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부당대출 문제를 경영관리 상태와 연관 지어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금감원 정기 검사로 도출되는 경영실태평가 등급도 중요하다. 금융지주회사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자회사 등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이 2등급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 편입 대상 회사에 적용되는 금융 관련 법령에 의한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은 3등급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 금융지주가 3등급보다 아래의 종합평가등급을 받은 사례는 여태 없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부당대출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아울러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이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한 지난 15일 “올해는 신뢰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개인의 윤리의식 제고, 조직 내 윤리적 기업문화 정착, 그룹 차원의 윤리경영 실천에 모두가 한뜻으로 몰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반드시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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