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2023년 이후 3년 연속 CES 방문
CES서 AI 비전 구체화…글로벌 AI 혁신 기여 목표
HBM·eSSD·유리 기판 등 AI 데이터센터 역량 강화
AI 에이전트 ‘에스터’ 등 AI서비스도 글로벌 도전

[라스베이거스(미국)=오창영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를 직접 방문해, 글로벌 AI(인공지능)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CES에서 SK가 보유한 역량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 AI 에코 시스템 등 AI 기반 솔루션을 구축해, SK그룹을 AI 시대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를 직접 방문했다. 그는 CES 2025의 메인 전시장인 LVCC에서 IT·가전 뿐만 아니라 로보틱스와 모빌리티,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 케어 등 미래 먹거리에 적용된 최첨단 AI 기술을 두루 살폈다.
최 회장이 CES를 찾은 것은 지난 2023년, 2024년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세 번째다.
최 회장은 3년 연속 CES를 방문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부 AI화 돼 가고 있다”며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전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속칭 ‘피지컬 AI’라고 하는 로봇이나 우리 주변 기기 안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일상화되고, 상식화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회장은 올해 CES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SK 공동 전시관을 꼼꼼히 관람했다. SK 전시관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SK엔무브 등 4개 관계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의 구축 운영과 서비스의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다”며 “SK와 파트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 AI 보틀넥(병목)을 해결하고, 좀 더 좋은 AI가 우리 생활에 빨리 올 수 있도록,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에 마련된 SK 공동 전시관 내 AI 데이터센터. <사진=오창영 기자>
최 회장의 미래 구상에 따라 올해 SK 전시관은 △AI 데이터센터 △AI 서비스 △AI 에코 시스템 등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각 섹션의 전시는 관람객들이 다양한 AI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시연 중심으로 꾸며졌다.
SK 전시관에 최 회장의 AI 비전이 녹아 있는 만큼 최 회장 스스로도 전시 부스를 꼼꼼히 살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전시 부스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SKC의 유리 기판 모형을 들어 올리고,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올해 본격적으로 서비스하는 GPAA(글로벌 개인 AI 에이전트) ‘에스터’의 시연을 본 후에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해 수차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눈여겨볼 점은 올해 SK 전시관이 모두 AI 솔루션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CES에서 친환경 경쟁력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던 SK였다. 지난해 SK 전시 부스 콘셉트가 ‘SK 기술로 구현된 청정 테마 파크’였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1년 새 SK의 태도가 180도 뒤바뀌었다. 올해 SK의 전시부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수요에 맞춰, 반도체, 서비스, 인프라 등을 모두 AI 솔루션으로 구성한 것이다.

SK 전시관을 통해 들여다본 최 회장의 AI 비전 중 하나는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이다. SK는 AI 데이터센터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이를 구성하는 핵심 노하우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를 위해, SK는 AI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이 통합된 PIM(지능형 반도체),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의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액체 냉각,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 받는 유리 기판 등 차별화된 AI 기술 역량 제고에 나선다.
AI 서비스 강화에도 힘쓴다. SK는 이번 CES에서 GPAA ‘에스터(A*· Aster)’를 최초 공개하고, 올 3월 북미 사용자 대상으로 출시키로 했다. 올 하반기엔 미국 정식 출시를 거쳐, 2026년 다른 국가들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에스터는 일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AI 에이전트로 ‘일상 관리(Life Management)’라는 핵심 가치를 지향한다. 기존 AI 에이전트 서비스들이 사용자 요구에 대해 단순 답변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면, 에스터는 일상에서 필요한 액션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미 국내에선 에이닷(A.)으로 AI 에이전트 시장을 선도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에이닷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45만명에 달하며, 국내 기업이 개발한 생성형 AI 앱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I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SK와 함께 AI 생태계를 조성 중인 글로벌 파트너사 다섯곳(가우스랩스, 람다,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펭귄솔루션스)과 협업도 강화한다. 각 파트너사들의 독보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해 유기적인 AI 에코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내 SK 공동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SK>
최 회장은 “(지금은) AI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AI 비전에 따라) 새롭게 하기 시작한 것은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것이다”며 “AI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는 이제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것이고,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 받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AI는 선택 사항이 아니고, 인터넷 환경이나 증기기관처럼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 변화를 만들고 있는 산업이다”며 “가능하면 최전선에 서서 이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냐, 따라갈 것이냐에 따라 경제적 부침이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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