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빅4’ 지난해 건설경기 악화에도 선방…올해는 힘들듯
올해 시멘트 출하량 예상치 4330톤…전년比 약 7% 감소
산업용 전기료 인상, 환경규제 강화에 소성로 가동 중단까지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시멘트 원재료를 가열하고 있는 소성로 모습. <사진=박수연 기자>
시멘트업계는 올해 건설현장 감소 등에 따른 국내 출하량이 감소로 실적이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시멘트 업계는 2년에 걸친 시멘트 단가 인상으로 건설경기 침체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출하량 감소가 앞으로도 지속되고, 여기에 전기료 인상까지 더해져 올해는 시멘트업계에게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가격 인상으로 지난해 수익은 방어, 매출은 하락세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 빅4’로 불리는 쌍용씨앤이와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의 1~3분기 실적은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 이는 최근 2년에 걸쳐 4차례에 걸쳐 시멘트 가격 인상을 진행한 결과다.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시멘트 4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개선됐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이어진 시멘트 출하량 감소로 매출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쌍용씨앤이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1조2266억원, 영업이익 10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매출액 1조3185억원, 영업이익 784억원과 비교해 매출액은 7%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36% 증가했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1조2992억원, 영업이익 25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 1조3057억원, 영업이익 1818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0.5% 줄었고 영업이익은 40% 늘었다.
아세아시멘트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8153억원, 영업이익 11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매출액 8864억원, 영업이익 1063억원과 비교해 매출액은 8.2% 줄었고 영업이익은 11% 늘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5751억원, 영업이익 8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매출액 6000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4.15% 줄었고 영업이익은 29% 증가했다.

◆ 전기료 인상에 환경규제 강화, 가격 인하 압박까지 ‘삼중고’ 호소
하지만 올해 시멘트 업계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악화될 전망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데다가, 정부의 시멘트 가격 인하 압박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생산 원가 비용도 증가하게 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 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6.9원(10.2%) 증가했다.
전기요금은 시멘트 단가의 약 25%를 차지하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료가 오르면 시멘트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환경규제도 강화도 설비투자 비용 증가 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충북지역 시멘트 업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2025년 135ppm에서 2029년 110ppm까지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시멘트사는 270ppm의 배출기준을 적용 받았다.
이에 시멘트 업계는 강화된 환경규제가 현실적으로 이행 불가능하다며, 규제를 120ppm까지 완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3분기 시멘트 업계의 누적 순이익은 5000억원 내외임에 반해 설비투자를 위해 집행한 비용은 약 6076억이다. 더욱이 이 설비투자 재원에는 고효율 질소산화물 저감시설 설치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에서는 질소산화물 저감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최종적으로 고효율의 질소산화물 저감시설 도입에 대한 필요성도 인정한다”면서도 “오염물질 방지 시설의 적용성과 시멘트 업계 경영상황을 감안해야 하므로 120ppm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시멘트 가격 인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사비 안정을 위해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민관 협의체를 출범하고 시멘트 가격 인하를 위한 중국산 시멘트 수입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 예상치 4천만톤…지난해 출하량 예상치보다 7%↓

올해는 시멘트 출하량 감소에 따라 매출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 출하량은 약 4359만톤이다. 여기에 수출 출하량 59만톤까지 합치면 지난해 총 출하량은 약 4419만톤이다. 2023년은 5096만톤(내수 출하량 5024만톤, 수출 출하량 72만톤)과 비교해 13.2% 줄었다.
올해 총 출하량 예상치는 4330만톤(내수 출하량 4000만톤, 수출 330만톤)이다. 이는 지난해 4419만톤 대비 약 2% 줄었다.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출하량이 줄어들면 시멘트사들이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이 사실상 없다”며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될 수 있는 산업군이 아니고 수출 비중도 미미한 내수 중심의 산업이기 때문에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로 생산량의 대부분을 내수 판매에 의존하는 시멘트 업계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올해 국내 수요가 4200만톤 이하로 떨어질 경우, 2년 만에 내수 출하량이 2014년 출하량 수준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인 2014년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4371만톤을 기록한 바 있다.
◆ 시멘트 업계 소성로 중단‧긴축경영 등 선제적 대응
시멘트 업계 한파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멘트사들은 소성로 등 일부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선제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24시간 돌아가는 소성로 하나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기료와 가열에 필요한 연료비가 굉장히 많이 든다”며 “출하량이 줄어들고 재고가 쌓이면서 소성로 하나를 가동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산업은 포트폴리오에 다변화를 주기 어렵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긴축경영 밖에 없다”며 “한일시멘트가 몰탈제품, 삼표시멘트 신사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노력도 있지만, 결국에는 건설경기를 따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수연 기자 / dduni@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