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망] 희비 엇갈린 K-반도체 “SK 웃고, 삼성 울고”…‘트럼프 리스크·비상 계엄 폭탄’ 이중고 해결은 숙제

시간 입력 2024-12-11 07:00:00 시간 수정 2024-12-11 16: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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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올해 4분기 ‘분기 영업익 8조원 시대’ 열 듯
‘메모리 최강자’ 빼앗긴 삼성, 자존심에 스크래치
SK·삼성, ‘HBM4’ 개발 가속…패권 경쟁 본격화
AI 특수, 내년에도 지속…K-반도체 실적 승승장구
트럼프 리스크·비상 계엄 사태 해소 여부 ‘관건’

전 세계를 휩쓴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살아나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온 K-반도체가 올 한해 AI 칩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로 요구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극심한 적자를 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흑자전환은 물론 견조한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다만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예기치 못한 지각변동이 일었다. SK하이닉스가 ‘만년 2등’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삼성전자를 추월해 ‘메모리 최강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올 초 삼성 반도체보다 먼저 적자를 탈출했던 SK는 올 3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반면 삼성은 4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당장 4분기에도 영업익 격차가 상당할 것으로 보여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올해 K-반도체를 부양한 AI 훈풍은 내년에도 거세게 불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가 삼성·SK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노골적으로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왔다.

더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서 비롯된 ‘한국 정치 리스크’로 인해 K-반도체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악영향을 받으면서 내년 삼성·SK의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AI 특수’ SK, 올해 역대급 흑자 낼 듯…‘메모리 최강자’ 타이틀 내준 삼성, 재기 노린다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는 6269억달러(약 894조8371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5269억달러(약 752조971억원) 대비 19%나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WSTS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는 1671억달러(약 238조4684억원)로, 지난해 923억달러(약 131조7398억원)와 비교해 무려 81% 급등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같은 메모리 업황 개선 흐름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영업익은 7조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920억원에서 흑자전환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영업익 6조4724억원을 크게 뛰어 넘으며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SK는 HBM,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D램, 낸드플래시 모두 평균 판매 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올랐다”며 “이에 역대 영업익 최고치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36GB HBM3E 12단 제품. <사진=SK하이닉스>

올 1분기 영업익 2조8860억원, 2분기 5조4685억원 등 꾸준히 개선돼 온 SK의 영업익은 3분기 7조원을 웃도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흐름은 4분기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익 전망치는 8조771억원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예상이 현실화한다면 SK는 3분기에 세운 역대 최대 영업익 기록을 1개 분기 만에 다시 경신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익 8조원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와의 밀월 관계를 날로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한 SK는 9월에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하며 ‘HBM 1등 굳히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연내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사업 실적을 빠르게 개선해 나가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조7500억원에서 흑자전환한 것이다.

다만 삼성 반도체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밑돈 것은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올 1분기 1조9100억원이었던 DS 부문 영업익은 2분기 6조45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3분기 3조원대에 머물면서 삼성 반도체의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의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 D램 제품 공급 증가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며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이 맞물리면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HBM3E의 경우 예상보다 주요 고객사에 대한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 4분기 DS 부문의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시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의 4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4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올해 분기 영업익이 가장 높았던 2분기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관측된 것은 삼성 반도체가 HBM 패권 경쟁에서 SK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DS 부문은 HBM 분야에서 큰 부침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미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고전하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글로벌 HBM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HBM 최초 개발에 성공한 곳은 SK하이닉스였다. SK는 2013년 세계 최초로 TSV(실리콘관통전극)와 WLP(웨이퍼레벨패키지) 기술을 기반으로 1세대 HBM을 선보였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2세대 HBM ‘HBM2’를 개발, 기술적 우위를 증명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가 3세대 HBM ‘HBM2E’를 개발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재탈환했고, 2021년에는 4세대 HBM ‘HBM3’, 지난해에는 업계 최고 성능의 5세대 HBM HBM3E를 연달아 개발하며 승승장구했다.

삼성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HBM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해 온 삼성은 지난 2월 24Gb D램 칩을 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HBM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10월 31일에는 올 4분기 엔비디아의 HMB3E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예상과 달리 그간 주요 고객사에 대한 HBM 사업화가 지연됐으나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이 있어 올 4분기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마침내 엔비디아에 삼성 HBM3E 공급이 임박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HBM3E 12단 제품을 먼저 개발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납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의 자존심에도 큰 흠집이 생겼다. AI 메모리 경쟁에서 밀려 최신 제품 양산에 돌입하지도 못하고, 품질 검증 마무리 여부도 확정 짓지 못한 삼성 반도체가 자존심을 구기고 만 것이다.

이에 ‘만년 2등’으로 여겨지던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뛰어 넘어 ‘메모리 최강자’ 자리를 꿰차게 됐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삼성 반도체 수장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발했다.

전 부회장은 올 10월 초 잠정 실적 발표 후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 메시지를 발표하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경영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삼성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AI 칩 열풍 이어 간다”…SK·삼성, ‘HBM4’ 주도권 경쟁 본격화

내년에도 K-반도체가 실적을 지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이 바로 HBM이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AI 분야의 정보 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핵심 장치인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가고 있다. GPU를 활용하면 문장 생성 및 분석 등 생성형 AI 학습 등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 방식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고도의 작업을 빠르게 해내는 고성능 GPU를 구동하기 위해선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수록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이같은 AI 칩 특수에 힘입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K-반도체가 글로벌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삼성·SK 두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HBM 역사. <사진=SK하이닉스>

HB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I 반도체 호재를 의식한 삼성·SK는 이미 글로벌 HBM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글로벌 HBM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는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MR-MUF(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 기술을 적용해 내년 하반기부터 HBM4를 본격 공급한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차세대 HBM은 원가를 낮추는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품질로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6세대 HBM4는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어드밴스드 MR-MUF, 10나노급 5세대(1b) 미세 공정 기술 등을 적용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파트너(대만 TSMC)와 원팀 체계도 구축 중이다”고 전했다.

메모리 최강자 자리를 빼앗긴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준히 움직이고 있다. 오늘날 삼성그룹을 일구는 근간이 된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통해 반도체 역량을 다시 제고하고 차세대 메모리를 선점한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차세대 HBM을 낙점했다. 6세대 HBM ‘HBM4’을 개발해 경쟁사를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리스크’ 이어 ‘비상 계엄’ 폭탄까지…K-반도체,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

HBM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최근 빠르게 번지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는 K-반도체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 초 도래하는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이미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바짝 긴장한 상태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6일 기업인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폴리티코 인터뷰를 거론하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라마스와미는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정권 인수 전에 지출(반도체 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마스와미는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된 인물이다.

라마스와미는 지난달 25일에도 엑스에 글을 올려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 20일 전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을 빠르게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DOGE는 이런 막바지 수법을 모두 재검토하고, 감사관이 이런 막판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다”고 엄포를 놨다.

라마스와미의 발언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아 계약 취소와 환수 조치 등에 나설 경우,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을 기대하며 미국 현지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 현지에 AI용 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완공된 인디애나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또한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R&D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공격적인 대미 투자에 바이든 행정부도 화답했다. 미 상무부는 올 4월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달러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당시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의 미 텍사스주 첨단 반도체공장 투자를 위해 반도체 지원법에 의거,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8월에는 SK하이닉스와 HBM 고급 패키징 제조 및 R&D 시설 설립을 위해 최대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예비 거래 각서(PMT)도 체결했다. 또한 미 상무부는 SK에 5억달러의 대출 지원도 제공키로 했다. 사실상 총 9억5000만달러의 지원금을 받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반도체 기업보다도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받게 됐다. 그러나 이들 국내 업체들은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아직 보조금을 지급 받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이 확정되면서, 자칫 삼성·SK가 약속된 보조금을 수령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을 지원 받지 못한다면 미 현지 반도체공장 건설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미 현지에서 원자재비 및 인건비가 급등해 건설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보조금 지원마저 사라진다면 K-반도체의 미국 공장 건립 계획은 큰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이에 내년 삼성·SK의 반도체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I 열풍에 힘입어 재기의 발판을 닦은 K-반도체가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실적 개선은커녕 수익성을 제고하기조자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뿐만 아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사태도 K-반도체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곳곳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부결 후 한국 전망을 다룬 ‘짧았던 계엄 상황의 여파-거시 경제 및 정책 전망 업데이트’ 보고서를 발간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 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1.8%로 잡았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현재 한국 경제는 과거 탄핵 국면이 펼쳐졌던 2004년, 2016년과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2004년은 중국 경제 호황이, 2016년에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수출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장애물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탄핵 국면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점은 이번 상황에 대한 적절한 비교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내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수출 의존국들이 외부적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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