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등 주요 그룹, 긴급 회의 열고 계엄 대응책 논의
정국 불안에 환율·금리 급등…외인, 코스피 4000억 순매도
금융위·금감원 “금융시장 완전 정상화까지 위기 신속 대응”
국내 기업과 금융시장이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큰 충격에 빠졌다. 주요 기업들은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당국은 유동성 공급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환율과 주가의 급변동으로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 단체와 산업계는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기업, 긴급 회의 소집…“계엄 사태 이후 리스크 대비 만전”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 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기업 활동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재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어 계엄 상황 이후의 동향과 그룹 경영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LG는 각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의 변화를 살피고, 해외 거래처의 문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여의도에 위치한 본사 직원들에게는 “계엄령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재택근무를 권고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HD현대는 오전 7시 30분에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각 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권오갑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니, 각사 사장은 비상 경영 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달라”며 “특히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 관리하고 생산 현장에서는 안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외에 포스코홀딩스도 관련 부서를 통해 금융 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고, HS효성도 오전 중으로 사장단 및 관련 임원들이 참석하는 긴급 회의를 열어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이번 사태로 한국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돼 항공 수요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적 영향과 외국인 관광객 수요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 업계도 계엄령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소비 심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이미 대출 규제로 위축된 매수 심리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안정한 국가 정세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해외 수주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흔들리는 금융시장…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
재계는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한국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환율이 요동쳤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1400원 초반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선포 직후부터 급등하면서, 4일 새벽 한때 1446.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안정세를 찾으며 4일 오후 4시 현재는 1410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6bp(1bp=0.01%포인트) 상승한 2.591%에 마감했다. 5년물은 0.8bp 오른 2.614%, 10년물은 2.3bp 오른 2.736%를 기록했다.
주가도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 또한 전 거래일 종가(2500.10) 기준 49.34포인트(1.97%) 하락한 2450.76포인트로 출발했다. 장중에는 2.31% 내린 2442.46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소폭 회복하며 1.44% 내린 2464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078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경제 단체들은 이번 사태가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전에 임원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며, 한국무역협회도 오전에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어 밤사이 발생한 계엄령이 한국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특히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산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반도체, 배터리 등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와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 간 연구개발(R&D) 조직을 보유한 국내 기업 900개사를 대상으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산업계 긴급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77%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우리 경제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 봤다.
◆금융당국, 비상 대응 체계 가동…“유동성 무제한 공급”
금융당국은 비상 계엄 사태에 대응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위험 요소를 점검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계엄령 해제로 시장이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준비 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7시 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최 부총리는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추후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필요에 따라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 시장의 완전한 정상화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며 “특히 증시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를 즉각 시행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1시 30분 긴급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비상 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금융·외환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가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수시로 개최하는 등 위기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 그룹이 일제히 비상 계엄 사태에 따른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외화 유동성 상황을 확인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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