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영업손실로 이자보상배율 1 하회
1년 만에 인사 교체…롯데 화학군 총괄에 이영준 신임 사장
한화솔루션, 예년보다 빠른 인사로 석화 중심 사업구조 탈피
석유화학 업계가 극심한 불황과 실적 악화로 이자를 갚기에도 벅찬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이차전지 소재, 수소, 태양광 등에서 부진이 가중되고 있다. 양사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핵심 경영진을 교체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2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금융사를 제외한 분기보고서 제출 기업 271곳을 대상으로 2023년 3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을 조사한 결과, 석유화학 업종은 17개 업종 중에서 유일하게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1보다 작다는 것은 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잠재적 부실기업’을 뜻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종은 이자보상배율이 0.42에 그쳤다. 석유화학 다음으로 이자보상배율이 작았던 에너지 업종은 1을 넘겼다.
석유화학 업종의 이자보상배율이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은, 업황 침체로 인한 이자비용 상승도 문제지만 범용 석화 제품에서 경쟁력을 잃은 핵심 기업들이 대거 적자 전환한 탓이 컸다.
대표적으로는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영업손실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3분기 3626억원, 2023년 3분기 751억원, 2024년 3분기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도 3분기에 40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핵심 경영진 교체와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월 취임한 이훈기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롯데케미칼의 체질 개선을 위해 투입됐지만, 적자를 줄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후임으로 이영준 신임 사장을 내정했다. 롯데케미칼의 첨단소재 대표를 맡고 있던 이 신임 사장은 기초소재 사업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위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작업을 맡은 바 있다. 롯데 화학군 총괄에 오른 이 신임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적자를 줄이고 범용 사업 축소에 나설 전망이다.
한화솔루션도 발 빠르게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여천NCC 등의 계열사 대표이사 내정 인사를 발표하면서다.
한화솔루션은 예년 대비 1개월 이상 빠른 인사를 통해 사업 구조 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남정운 전 여천NCC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정했다. 이후 공석이 되는 여천NCC의 경우, 김명헌 전 한화임팩트 PTA 사업부장을 선임했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은 기존 범용 석유화학 중심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고부가·스페셜티 제품 확대를 통한 사업 개선 및 시장지배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남정운 대표이사의 세밀한 사업관리 능력과 강한 업무 추진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대대적인 석유화학 업계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제 감면 혜택, 인수합병(M&A) 규제 완화를 포함한 각종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기업 간 구조조정 논의를 가로막는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규제를 꼽았다. 일례로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생산 구조를 재편하려고 해도 기업 간 협력과 합병이 독과점 규제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며 “이번 방안은 기업들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며, 정부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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