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경쟁당국,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종결 발표
내년부터 2년간 ‘통합 대한항공’ 출범 위한 화학적 결합 추진
‘통합 진에어’ 출범도 앞둬…제주항공·티웨이항공 추월 전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으로 양사 합병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를 최종 완료하고, 내년부터 2년간 마일리지 통합 등 화학적 결합에 역량을 집중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에 있는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 LCC도 하나로 합쳐져 ‘메가 LCC’로 거듭나 항공업계에 큰 변화를 줄 전망이다.
◇‘최종 관문’ 美 심사도 곧 마무리…이달 20일 이전 신주 인수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EC)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EC가 제시한 조건부 승인의 선행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C는 지난 2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유럽 4개 중복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로마)에 대한 신규 진입 항공사의 안정적 운항과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 매수자 승인 절차 마무리를 선행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한항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객 부문 신규 진입 항공사로 티웨이항공을 선정해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취항과 운항을 지원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 매수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다.
대한항공은 마지막 남은 기업결합 심사국인 미국 경쟁당국(DOJ)에 EU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했다. 이달 안으로 최종 거래종결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그간 EC의 심사 경과를 지켜봐 온 DOJ는 조만간 심사 절차를 최종적으로 종결하고, 사실상의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DOJ는 다른 나라의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공표하지 않고,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만 합병 검토를 마친 뒤 독과점 소송을 제기해 의사를 표명한다. 합병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는다면 승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그간 DOJ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시애틀·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 등 5개 노선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대체 항공사로 낙점한 LCC인 에어프레미아의 운항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이 소송으로 제동을 거는 이변이 없는 한 대한항공은 14개 필수 신고국에 대한 승인을 모두 받게 된다.
대한항공은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 절차를 졸업한 뒤 이달 20일 이전까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주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의 편입을 마칠 계획이다. 총 1조5000억원의 인수 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 8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거래를 종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확보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2년간 대한항공 자회사로…화학적 결합 추진
대한항공은 연내 물리적 결합 이후 내년부터 2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며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한 화학적 결합 수순을 밟을 방침이다. 마일리지와 조직문화 통합이 대표적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통합을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의 승인을 얻어 시행해야 한다. 이때 마일리지 제도는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되는 2년 뒤부터다. 그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독립회사로 운영되는 만큼 현재와 같이 양사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마일리지 전환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1:1 비율로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가 더 높게 평가돼서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양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기간 각 사의 사업 전략에 따라 독립적으로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통합 항공사 출범 시기에는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통합하고, 아시아나항공의 회원 정보와 마일리지는 통합 준비 기간 동안에 사전 수립한 기준 및 계획에 따라 이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들에게 있어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 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하고, 공정위 등 유관 기관과도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조직문화 통합과 인적 교류 등에 역량을 집중해 합병이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업결합 이후 적용할 통합 기업 로고와 기체, 유니폼 디자인 등도 고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에어, 에어부산·에어서울 흡수…LCC 업계 1위로 도약하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라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몸집을 불리게 된다. ‘통합 진에어’는 단숨에 제주항공을 넘어 LCC 업계 1위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제선 기준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운송한 여객 수는 1058만명을 기록했다. 1위인 제주항공(714만명)과 티웨이항공(544만명)을 크게 웃돌고, 아시아나항공(976만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의 노선이 다수 겹치는 만큼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메가 LCC 탄생으로 현재 LCC 업계의 경쟁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사 통합을 위해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2006년 이래 여객 수와 매출 기준 국내 LCC 1위를 지켜온 제주항공의 아성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결합 직후 업계가 1강 2중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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