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 첫선…‘20조 시장’ 뚫는다

시간 입력 2024-11-29 07:00:00 시간 수정 2024-11-28 17: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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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동력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 최초 공개…근골격계 부담↓
내년 그룹 내 27개 계열사 공급…건설·조선 등 판매처 확대
로보틱스랩 ‘엑스블’ 라인업 확장…‘웨이스트·맥스’ 개발 중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서 상완 근력을 보조하는 ‘엑스블 숄더’ 로봇을 착용한 로보틱스랩 연구원들이 팔을 올려 모형 차량 하부의 부품을 체결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건다. 사내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 브랜드 ‘엑스블(X-ble)’을 통해서다. 현대차·기아는 10년 후 약 20조원 규모로 성장을 앞둔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선점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엑스블 숄더, 어깨 관절 부하 최대 60% 경감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27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 데이(Wearable Robot Tech Day)’를 열고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기아의 착용 로봇 브랜드인 엑스블(X-ble)은 무한한 잠재력을 뜻하는 ‘X’와 무엇이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인 ‘able’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엑스블 라인업 중 처음으로 판매를 시작하는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로봇이다. 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하는 ‘윗보기 작업’에 활용하면 사용자의 상완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2018년 산업용 착용 로봇 연구에 착수했다. 2022년부터 시제품을 활용해 현대차·기아 국내외 생산 공장에 시범 적용하며 성능을 개선해왔다. 이 과정에서 약 300명에 달하는 현장 작업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엑스블 숄더를 완성했다. 산업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부담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취지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상무)은 “엑스블 숄더는 현장 근로자들의 피드백과 로보틱스랩의 기술을 융합해 개발한 착용 로봇”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인류에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진보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서 로보틱스랩 연구원이 웨어러블 로봇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엑스블 숄더의 가장 큰 특징은 무동력 토크 생성 구조로 설계돼 가볍고, 별도로 충전할 필요가 없어 유지·관리가 편리하다는 점이다. 전동 시스템을 대신해 ‘근력 보상 모듈’을 적용해 보조력을 생성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 모듈은 크랭크축과 인장 스프링,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멀티링크’로 구성된다.

근력 보상 모듈이 작동하면 모듈 내부의 인장 스프링에서 방출된 탄성에너지가 멀티링크를 거쳐 크랭크축에 ‘회전력(토크)’ 형태로 전달된다. 이렇게 생성된 회전력은 사용자의 상완 근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엑스블 숄더 사용자는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 30%를 각각 경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엑스블 숄더는 사용자의 안전과 사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제작됐다. 고성능 차량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와 ‘내마모성 소재’가 적용돼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의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중량은 40% 줄였다. 팔 받침 등 사용자 몸에 직접 닿는 부분은 차량의 크래시 패드에 쓰이는 ‘내충격성 소재’를 활용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충격에도 인체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엑스블 숄더의 총무게는 약 1.9kg이며, 착용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본체의 길이도 406mm부터 446mm까지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엑스블 숄더 라인업은 ‘기본형’과 ‘조절형’ 두 가지다. 기본형은 자세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하는 작업에서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최대 2.9kgf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조절형은 동일 자세를 반복하는 작업에 활용하기 적합하다. 작업 자세에 맞게 최대 토크를 얻을 수 있는 각도(75°~120°)를 사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으며, 최대 3.7kgf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엑스블 숄더는 산업현장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동작에도 견딜 수 있는 강건한 내구성을 갖췄다. 로보틱스랩은 자동차 내구성 평가 기준을 접목해 3개월 단위로 60만회 이상의 가속 내구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 중 횟수마다 토크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품질 변화 양상을 점검하고 있다. 출시 이후에도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 관리할 방침이다.

윤주영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관절로보틱스팀 팀장은 “엑스블 숄더의 성능과 품질을 지속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사용자를 편리하게 해 주는 다양한 착용 로봇 제품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내년 국내 판매 시작…2026년 글로벌 판매 계획

현대차·기아는 엑스블 숄더의 사업화를 계기로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커스터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4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서 2033년 136억달러(약 19조원)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제조업 외에도 의료·건강관리,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우선 현대차·기아 생산 부문에 엑스블 숄더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부터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를 비롯해 건설, 조선, 항공,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타기업까지 판매처를 확대한다. 2026년에는 국내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엑스블 라인업도 확장한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이번에 선보인 엑스블 숄더에 이어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 주는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웨이스트(X-ble Waist)’,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X-ble MEX)’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영훈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로보틱스사업1팀 팀장은 “향후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제품군을 보다 확대하고, AI 기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산업 안전 솔루션을 선보여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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